
서울랜드 내 세계의 광장에 위치한 화단에서 드문드문 핀 튤립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정등용 기자]
비가 온 뒤 미세먼지가 걷힌 4일 오후, 서울랜드를 찾아갔다. '플라워 페스티벌'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화사한 봄꽃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감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문 매표소를 통과해 ‘세계의 광장’으로 들어서자 기자를 반긴 것은 채 피지 못한 튤립 봉오리였다.
만개했을 줄 알았던 벚꽃 나무 역시 일부 장소에서만 볼 수 있었을 뿐 대부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등 봄을 맞을 준비가 덜 됐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서울랜드는 지난 3월 24일부터 오는 6월 6일까지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주제로 봄 축제 ‘캐릭터 플라워 페스티벌’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축제 시작 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화사한 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4일 찾은 서울랜드는 평일인 이유로 많은 방문객들은 볼 수 없었다. 방문객의 대부분이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단위이거나 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온 여성 단체 관람객이었다.
기자가 1시간여를 둘러본 결과 꽃 없는 경관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관람객보다는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포착될 뿐이었다.
서울랜드 안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아직 벚꽃이 덜 폈다. 동문 쪽에서는 꽃을 볼 수 없고 캐릭터 하우스 쪽으로 가야 그나마 꽃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6살 난 아들과 함께 서울랜드를 방문했다는 관람객 B씨는 “페스티벌 기간으로 알고 왔는데 생각보다 꽃이 너무 없어서 당황스럽다. 아들이 놀이기구를 좋아해서 괜찮지만 그래도 페스티벌로 홍보를 해놓고 이런 식이면 기분이 안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랜드 측도 할 말은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튤립이 만개했던 상황이지만 주기적으로 갈아줘야하는 튤립의 특성상 튤립을 한 번씩 새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튤립 화단에서 만난 한 관리자 C씨는 “보통 한 번 심으면 일주일에서 10일 동안 피어 있다. 주말에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방문객 수가 적은 평일에 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실제로 튤립은 4~5월에 개화하는데, 4월 중하순 개화기 전후에는 수분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일주일 전후로 매일 관수(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물을 논밭에 대는 것)해야 하고 5월 중순 이후엔 포장의 배수가 잘 되도록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튤립이 언제 교체될지 모르고 만개한 꽃을 기대하고 온 방문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사진도 찍지 못하고 꽃봉오리만 보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튤립을 볼 수 없는 날이라면 최소한 사전 안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게 방문객들의 생각이다.
이날 서울랜드를 찾은 또다른 관람객 D씨는 “세심함이 부족한 것 같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날씨라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허탕만 친 기분”이라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이와 관련, 서울랜드 관계자는 “주말 관객들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저희도 건의를 해봤다"면서 "사실 이런 날에 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