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령이란 사전적 의미로 '법률을 실제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상세한 세부 규정을 담은 것'을 뜻한다. 국회에서 정하는 법안과 달리 정부 부처, 지자체 등이 세부 규정을 정하는 시행령은 우리 실생활에 큰,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제처는 매달 국민 삶에 밀접하게 관련된 주요 시행령을 소개하고 있다. 아주로앤피는 '시행령 돋보기' 코너를 신설해 매달 주요 시행령을 꼼꼼히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3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오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소비자의 입증책임 전환'과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법원도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먼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손해의 3배 이내에서 손배배상 책임을 진다. 또 제조물 판매·대여 등 공급자가 피해자 등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제조업자 등을 피해자 등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다시 말해 제품 판매업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세 번째는 피해자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입증책임의 어려움으로 보상을 받기 어려웠던 제조물 피해자들이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적극적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부분은 손해배상 3배 기준이다. 손해배상은 제조물 피해로 입은 치료 등 직접 지출한 경제적 손실을 의미하는 적극적 손해, 불법행위로 인해 장래 얻을 수 있었던 노동력의 감소분인 소극적 손해,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위자료로 구분된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 법원은 존슨&존슨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다 암에 걸린 피해자에게 약 630억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또, 맥도날드 매장에서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은 할머니에게 7억3000만원의 배상이 인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일으킨 옥시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은 가습기살균제천식피해자모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분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표는 "옥시 측이 우리나라 대형 로펌을 동원해 가습기 살균제 천식 환자는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등 손해배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시 이외에 가습기살균제 논란을 일으킨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경우 지난 2월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공정위가 첫 조사에 착수한 지 7년 만의 늑장 대응과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SK케미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물건너간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율 공보이사(변호사)는 "제조물 피해자는 세 가지(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를 모두 포함한 것의 3배를 보상받을 수 있다. 액수가 상당할 것"이라며 "3배는 법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기준이다. 기업의 활동은 지켜주면서 적정한 수준의 배상은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로 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유통기업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비해 PB(자사상표)상품의 경우 제조 공정 과정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