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배우 손호영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이돌 그룹 지오디(GOD)의 멤버로 200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지만 이젠 뮤지컬 무대에서 보는 게 더 익숙한 손호영이다. 2008년 뮤지컬 ‘싱글즈’로 첫 무대 공연에 도전했던 손호영은 ‘올슉업’, ‘페스트’, ‘금강’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금이야 제이와이제이(JYJ)의 김준수, 슈퍼주니어의 조규현, 비투비(BTOB)의 서은광처럼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이돌의 인기를 이용해 ‘무임승차’한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였다.

뮤지컬 배우 손호영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하지만 ‘눈웃음’으로 대표되는 손호영의 밝은 이미지는 배역을 선택하는 데 제한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손호영은 ‘올슉업’에서만 거의 매 공연 출연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작품에만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손호영은 “의도했던 건 아니고 많은 분들이 지금껏 했던 역할들이 내게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게 이미지 같다. 그런 이미지도 결국 내가 만들긴 했다”면서 “다행히 ‘페스트’, ‘금강, 1894’를 만나면서 조금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삼총사’ 10주년 공연은 손호영에게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총사’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김법래,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는 이미 공연계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뮤지컬 배우 손호영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손호영은 “여러 작품을 했지만 옆에서 선배님과 같이 부딪히면서 했던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번엔 연출님도 그렇고 내게 욕심이 많다. 선배님들이 연기 때 내 손동작 하나까지 다 보고 계신다. 리허설 때 이런저런 느낌을 알려주셔서 방향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10주년 공연에 갑자기 합류하게 된 부담은 없을까. 이에 대해 손호영은 “오히려 10년이란 시간 동안 쌓인 공연 자체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들어가기 편했다. 연출님과 배우들이 리드를 잘해줘서 열심히만 하면 됐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호영은 이번 ‘삼총사’에서 엄기준, 서은광과 함께 다르타냥(달타냥) 역에 캐스팅됐다. 다르타냥은 총사를 선망해 파리로 상경한 청년으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굳은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는 청년이다.
손호영은 “원래 내 성격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고 뭐든 항상 열심히 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살리는 게 다르타냥인 것 같다. 은광이는 평소에도 착하고 귀여운 모습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묻어 나와서 좋고, 기준 선배님은 이름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르타냥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옛날에 가수를 준비하던 때의 생각도 많이 난다. 그땐 비에 젖은 강아지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갔던 것 같다. 다른 역할들도 매력적이지만 다르타냥의 동화 속 캐릭터 같은 느낌이 좋다”고 자신의 배역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배우 손호영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젠 4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뮤지컬에 대한 열정은 여느 젊은 배우들 못지않다. 특히 ‘삼총사’는 극 중 검술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손호영은 오히려 이를 즐기는 모습이다. 그는 “검술이 정말 재밌다. 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지만 사람들이 힘들어해서 그 얘길 못 하겠더라”며 웃어 보였다.
손호영 하면 지오디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과거 해체했던 젝스키스를 시작으로 에이치오티(HOT)까지 재결합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지오디는 현재까지도 멤버 탈퇴나 해체 소식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오디의 얘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진 손호영은 “멤버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분명히 서로 다른 사람들인데 가족 같은 느낌이 있다. 가족도 때론 미운 짓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용서되고 헤어지면 보고 싶은 것처럼 지금 멤버들도 그렇다. 그게 해체 없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삼총사’ 10주년 공연은 오는 5월 27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