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보호소에서 달이를 입양한 이후 기본적인 건강검진이나 허피스 등으로 동물병원을 몇 번 오간 데에 이어, 이번 주에 이동장에 담겨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것은 아리였다.
똑같은 부위에 두 번째로 똑같은 문제가 생긴 탓이었다.
예전에도 턱에 무언가가 빨갛게 올라와서 검사를 했더니 비만세포종으로 확인되어 수술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수술 자리에는 아직도 털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하얀 맨살에 또다시 빨간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고양이의 비만세포종은 대부분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삼스럽게 악성일 리는 없다고 내심 생각했지만, 병원에 가는 길은 항상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병원에서 보시더니 이전 병원과는 달리 비만세포종은 항상 악성이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따라서 비만세포종이라면 제거 후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아직 재발인지 확실한 것은 아니니 수술 후 조직을 떼어 조직검사를 보내고 확인해 보기로 했다.
즉시 혈액검사를 하고 마취 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뭔가 얼떨떨하게 그날 바로 수술이 잡혔다.
어차피 제거해야 하는 것이라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제거하는 게 낫긴 하겠지만, 내 고양이를 병원 입원실에 혼자 두고 돌아 나오는 마음은 언제나 착잡하다.
게다가 그 턱에 있는 종양이 눈에 빨갛게 보이기는 했지만 아리의 컨디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아마 아리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수술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 경험해본 일이라고 나도 꽤 의연한 채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느덧 서너 시간 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술을 간단한 거라서 잘 끝났는데, 문제는 종양 부위가 생각보다 넓어서 크게 제거를 하다 보니 봉합할 때 피부가 좀 많이 당겨졌어요.”
“네? 얼마나요?”
“아래턱에 살이 없어서 그걸 많이 당겨 봉합하다 보니 아랫니가 겉으로 보이게 될 것 같아요.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요.”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끝난 수술이고, 병원에서도 그게 최선이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수술 전에 알 수 있었다면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생각해보았을 텐데…… 멀쩡히 잘 지내고 있던 애를 괜히 수술시킨 게 아닌가…….
어쩐지 후회되는 마음에 새삼 각종 수술 후기들을 검색하며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리처럼 살이 거의 없는 턱 부위의 종양을 수술한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이게 최선이었으리라,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지겠지만 확신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병원에서는 수술에 대한 보호자의 만족도를 체크하지만 보호자로서는 당사자의 만족도를 알 수 없으니까.
고양이들이 아플 때마다 그 아이들의 삶에 있어 보호자의 선택이 얼마나 묵직한 무게를 갖는지를 새삼 묵직하게 깨닫는다.
"아리 수술한 거 잘한 걸까?"
남편에게 시무룩하게 물어보니 그가 "어차피 제거해야 했던 수술이니까 괜찮다"고 나를 달랬다. 누군가 '잘한 것'이라고 말해주니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 묘한 사람의 마음.
아리는 열흘 후에 실밥을 풀었고, 처음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외관상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상처 자국도 잘 아물고 있고, 검사 결과에서도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악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턱 아래의 수술 자국을 보면 아리에 대한 책임이 더 막중해진다.
보호자인 내가 애써 최선이라고 믿는 연속적인 선택들이 아리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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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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