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베이징 방문설이 외신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홍콩 명보(明報)도 소식통을 인용해 26일 북한 최고위층 인사가 베이징에서 중국 정상과 회동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27일 전했다.
북한 인사를 태운 차량 등에 대한 경호 수준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문은 베이징역에서 국빈급 예우를 갖춘 경호 행렬이 대기하고 있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을 목격한 사람은 없지만 최고위층 인사임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늦은 저녁 인민대회당으로 향하는 북한 차량 행렬도 목격됐다. 북한 최고위급 3시간 정도 머문 후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이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단둥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 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 등과 회동하고 이후 댜오위타이에서 묵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경우 이는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명보는 "김정은이 등장한 후 북·중 관계가 냉각상태에 있었다"면서 "지난 2015년 9월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도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은 초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초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시 주석이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을 특사로 북한에 파견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에 대화의 길이 열리고 중국의 역할이 제한되면서 중국은 다소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의 '차이나패싱' 우려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중 최고위급 간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 중국의 목소리를 다시 높일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정세 해결의 길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김정은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 사실이면 이는 중국이 여전히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음을 대외적으로 입증한 셈"이라며 "김정은이 중·미 관계 악화를 기회로 중국 방문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중국에 대북제재 압력을 줄이고 지원 확대를 요구함은 물론 '핵포기'를 전제로 안보유지를 약속해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핵포기'까지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아직까지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파악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 백악관도 "관련 보도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