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뭇매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가 해외에선 오히려 브랜드 가치 등이 크게 오르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실추됐던 신뢰도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출소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유럽 출장을 택했다. 당장 경영활동을 재개하기에 부담이 많은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삼성전자의 혁신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국길에 올랐다”며 "신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 미팅을 갖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삼성 신뢰도 가파르게 상승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삼성전자의 대외 신뢰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기업 평가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가 15개국 주요 글로벌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2018년 글로벌 평판 순위 100'을 조사한 결과, 삼성은 73.3점으로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44계단 뛰어오른 것으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최대 상승폭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 등의 여파로 지난해 70위까지 주저앉은 바 있다.
반면 경쟁사인 미국의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야심작 ‘아이폰X(텐)’의 부진, 구형 단말기의 배터리 조작 의혹, 세금 회피 논란 등으로 순위가 20위에서 58위로 38계단 추락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도 큰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5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923억 달러(약 100조원)로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662억달러·6위)와 비교했을 때 브랜드 가치는 39% 뛰었고 순위는 2계단 높아졌다. 글로벌 반도체 ‘수퍼호황’에 따른 실적 호조 등에 힘입은 결과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삼성전자가 부단한 첨단기술 개발 노력과 ‘불가능한 것을 하라(Do What You Can‘t)'는 브랜드 철학이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삼성, 해외경영은 '숨통' 트일 듯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45일 만이다. 또 2016년 9월 인도를 다녀온 지 1년6개월만의 해외 출장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더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해외 현장을 챙겨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여러 이유로 이 부회장의 활동에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지난 1년여간의 수감 생활 탓에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의 동향과 변화상을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출장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대형 M&A(인수합병)를 다시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1년여간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주요 글로벌 IT(정보기술) 공룡들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에서 활발한 M&A를 전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대에 인수한 뒤 사실상 대형M&A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이 부회장은 그동안 단절됐던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재건하고 교류를 넓히는 활동에도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중국 등의 주요 거래선과 파트너, 투자자 등과도 만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글로벌 업체 CEO(최고경영자)와 회동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그간 못했던 일들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장기간 해외에서 체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