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을 보면 팍팍한 삶에 지친 마음에 생기가 돌고 싱그러운 꽃망울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의 자태는 덩달아 고고해진다.
매년 이맘때면 전남 강진 만덕산 아래 붉게 물든 백련사 동백림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피폐해진 마음은 백련사 오솔길, 그곳에서 우아하게 피어난 동백에 오롯이 위로받는다.

아침에 찾은 백련사 동백숲. 하나 둘씩 떨어진 동백꽃이 마치 붉은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사진=기수정 기자]
백련사에서부터 다산초당에 이르기까지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걷는 내내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백련사 동백숲에 떨어진 동백꽃. [사진=기수정 기자]
백련사 주변을 둘러싼 1500그루의 나무에는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했고 조금 일찍 꽃망울을 틔웠던 동백은 하나 둘씩 숲길에 툭 툭 떨어지며 붉은 융단으로 변했다.
꽃길만 걸으리란 마음으로 떨어진 동백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잠시 평온한 시간을 갖는다.
낙화 시기에 맞춰 이곳을 찾으면 붉은 융단이 된 동백꽃길을 걸을 수 있다.
이른 아침, 막 볕이 들기 시작한 동백숲은 그 감동이 배가된다. 인적이 드문 이 숲길을 걷는 이유의 6할이 동백꽃이라면 나머지 4할은 숲 사이를 파고드는 환한 빛,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를 만끽하는 데 있다.

아직 동백이 만개하진 않았다. 만개한 후 숲길에 낭자한 동백을 보려면 한 두 주 후에 백련사를 찾는 것이 좋다. [사진=기수정 기자]
최고의 동백림답게 백련사 동백림 전체는 지난 1962년 12월 7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됐다.
◆아담한 정원 거닐며 사색...백운동 별서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입구에 피어나기 시작한 동백[사진=기수정 기자]
그 계곡을 건너니 작은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이다.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동백꽃[사진=기수정 기자]
그는 월출산의 암봉(바위 봉우리)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 아홉 굽이 물길을 냈다.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도 심었다.

백운동 별서정원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주변 산자락과 계곡을 병풍 삼아 자연스레 조성한 별서정원은 우거진 숲 한가운데 비밀스럽게 자리해 더욱 신비롭다.
1812년 이곳 백운동 별서정원을 찾았던 다산도 빼어난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백운동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해 호남 전통 별서의 모습이 재현됐다고.
조선 선비들의 은거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백운동 별서정원은 전통원림(園林, 집터에 딸린 뜰)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됐다 하여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정약용 외에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김삿갓(김병연) 등 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주고 이들이 교류했던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