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길 따라 '1시간 힐링' 동백꽃 여심까지 물들인다

2018-04-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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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련사 '동백림 터널' 연출

1500그루 숨쉬는 숲길 파노라마…낙화 시기엔 붉은 융단 '장관'

다산 선생도 흠뻑 빠졌던 백운동 별서정원…전통원림 원형 보존

동백은 본래 겨울꽃이다.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과 시리도록 찬 눈 속에서도 붉은 꽃망울을 움 틔우는 동백은 고고하기 짝이 없다. 

붉은 동백을 보면 팍팍한 삶에 지친 마음에 생기가 돌고 싱그러운 꽃망울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의 자태는 덩달아 고고해진다.

매년 이맘때면 전남 강진 만덕산 아래 붉게 물든 백련사 동백림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피폐해진 마음은 백련사 오솔길, 그곳에서 우아하게 피어난 동백에 오롯이 위로받는다. 

◆붉은 융단이 안내하는 봄...강진 백련사 동백
 

아침에 찾은 백련사 동백숲. 하나 둘씩 떨어진 동백꽃이 마치 붉은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사진=기수정 기자]

백련사에는 거대한 동백림이 있다. 3만㎡(약 9000평)에 달하는 숲에 무려 1500그루가 넘는 동백나무가 있는, 남도 최고의 동백림이다.

백련사에서부터 다산초당에 이르기까지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걷는 내내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백련사 동백숲에 떨어진 동백꽃. [사진=기수정 기자]

이 오솔길을 오가며 나이와 종교를 초월한 교류를 했던 혜장선사와 다산은 백련사의 동백을 끔찍이도 아꼈다고.

백련사 주변을 둘러싼 1500그루의 나무에는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했고 조금 일찍 꽃망울을 틔웠던 동백은 하나 둘씩 숲길에 툭 툭 떨어지며 붉은 융단으로 변했다. 

꽃길만 걸으리란 마음으로 떨어진 동백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잠시 평온한 시간을 갖는다.

낙화 시기에 맞춰 이곳을 찾으면 붉은 융단이 된 동백꽃길을 걸을 수 있다.

이른 아침, 막 볕이 들기 시작한 동백숲은 그 감동이 배가된다. 인적이 드문 이 숲길을 걷는 이유의 6할이 동백꽃이라면 나머지 4할은 숲 사이를 파고드는 환한 빛,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를 만끽하는 데 있다.
 

아직 동백이 만개하진 않았다. 만개한 후 숲길에 낭자한 동백을 보려면 한 두 주 후에 백련사를 찾는 것이 좋다. [사진=기수정 기자]

백련사부터 다산초당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은 쉬지 않고 걸으면 약 25분이면 도착하지만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려한 풍광을 만끽하며 천천히 걸으면 40분~1시간 정도 걸린다. 

최고의 동백림답게 백련사 동백림 전체는 지난 1962년 12월 7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됐다.

◆아담한 정원 거닐며 사색...백운동 별서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입구에 피어나기 시작한 동백[사진=기수정 기자]

동백림과 비자나무숲으로 이뤄진 오솔길을 따라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겨진 바위를 지나니 전날 내린 비로 작은 계곡에 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그 계곡을 건너니 작은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이다.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동백꽃[사진=기수정 기자]

백운동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란 뜻으로, 약사암과 백운암이 있었던 곳이다. 별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1627~1701) 선생은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긴 후 별서정원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월출산의 암봉(바위 봉우리)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 아홉 굽이 물길을 냈다.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도 심었다.
 

백운동 별서정원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이담로는 세상을 뜨며 "별서정원을 절대로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고 후손들은 그의 유언을 받들었다. 그 덕에 백운동 별서정원은 세기가 4번 바뀌는 동안 아들에서 손자로 12대째 이어질 때까지 고스란히 지켜졌다. 

주변 산자락과 계곡을 병풍 삼아 자연스레 조성한 별서정원은 우거진 숲 한가운데 비밀스럽게 자리해 더욱 신비롭다. 

1812년 이곳 백운동 별서정원을 찾았던 다산도 빼어난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백운동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해 호남 전통 별서의 모습이 재현됐다고. 

조선 선비들의 은거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백운동 별서정원은 전통원림(園林, 집터에 딸린 뜰)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됐다 하여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정약용 외에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김삿갓(김병연) 등 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주고 이들이 교류했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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