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화웨이(華為)’의 미국 시장 진출 계획에 잇딴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 대표 이동통신사 AT&T, 버라이즌에 이어 소매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buy)도 화웨이 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22일 로이터통신 중국어판(路透)은 미국 베스트바이가 보안 요인을 이유로 화웨이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스트바이 대변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화웨이 제품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납품 업체와 구체적인 계약에 대해선 답할 수 없다”며 “향후 몇 주간 화웨이 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며, 신규 스마트폰 주문도 중단했다”고 전했다.
베스트바이의 판매 중단 계획에 화웨이 측은 “모든 협력 파트너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베스트바이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한다”며 “비즈니스 기밀 보호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최대 유통채널인 베스트바이에서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화웨이의 미국 시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1월 화웨이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CES)에서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와 함께 자사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Mate) 10’을 판매한다는 계약 체결 소식과 함께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발표 직전 AT&T가 돌연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혀 미국 시장 진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메이트10프로’을 포함, 화웨이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의 미국 판매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발표한 성명에는 “화웨이는 현재 미국에서 다수의 소매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화웨이 제품은 보안성, 사생활 보호, 공정 등이 업계 최고 수준이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증을 통과했다”고 언급됐다.
이는 베스트바이의 판매 중단 배경으로 언급된 보안 분야에 문제가 없고, 간접적으로 베스트바이 결정에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일부 외신은 미·중 간 교역 긴장이 심화로 미국 정부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져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고, 이것이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제휴 중단으로 이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버라이즌이 판매 중단을 발표할 당시 블룸버그 통신은 “AT&T에 이어 버라이즌도 화웨이와 결별을 선언했다. 버라이즌의 결정에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지난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ITC)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ZTE와 화웨이에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2013년에는 일부 연방기관들이 승인없이 두 기업의 기술을 도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과 연방정부가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지난달 FBI 등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중국의 해킹 우려를 언급하며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내놨다.
자국 업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심해지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공정무역 운운’ 미국 또 중국기업을 옥죄고 있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지난 2월 신화통신은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환영받으며 판매되고 있는 반면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 판매가 금지됐다. 미국산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중국의 수많은 가구에 진입할 수 있지만, 중국산 칩이 내장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 시장을 들어갈 수 없다”며 “누가 무역의 장벽을 설치하고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