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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현이 남긴 유일한 사진.]
# 유언
그 유언은 아마도 이 땅의 역사상 가장 신념에 넘치고 애국적인 위대한 언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기록
“어느 시인의 시보다도 울림있는 그 말씀이 왜 겨레의 정신자산으로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파묻힌 채 누더기역사와 함께 넘겨져야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투쟁의 일선에서 숨가쁜 삶을 살았고 오직 가치의 실천과 실현만을 목표로 하였기에, 그것들이 기록으로 남지 않은 것입니다. 남편 국오가 돌아간 뒤, 나의 언행을 평생 읽어준 이는 오로지 공서 밖에 없거니와, 그대 또한 만주의 어떤 객사에서 정체모를 자의 습격을 받아 불시에 돌아가니 스스로의 기록조차도 남길 수 없는 처지였지요. 문득 큰 인연이 문득 이런 일을 바로잡고자 세 번에 걸쳐 그대와 나의 기외(其外)의 만남을 만들어주었으니, 두 사람 공동의 행운이기도 할 터이지요. 공서. 당신이 이번 생에서 그토록 기록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를 아시오? 허허. 지난 생에서 그럴 힘이 있으면서도 그걸 게을리 했던 업보가 아니겠습니까?”
남자현은 웃으면서 두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왼손에 손가락 세 개가 빠진 일곱 손가락이 따뜻한 체온과 함께 떨리며 내 손 속에 들어왔다. 그 험하고 거친 시대를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답게 산 사람이 또 있었을까. 내 손에서 일곱 손가락이 빠져나가며 문이 닫혔다.
새벽 두시. 컴퓨터의 문서 속에는 아직도 한 글자도 씌어지지 않은 채 ‘가상소설 남자현 코드’의 첫 커서가 깜박거리고 있다. 이상국 아주T&P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