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된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이 22일로 53일째를 맞는다. 미투 운동이 법조계·문화예술계·언론계·정치권·대학 등 각 분야에 뿌리를 내리며 우리 사회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도 눈에 띄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동참 의사가 있다는 응답 역시 74.4%에 달했고, 피해자를 격려한다는 응답도 73.1%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63.5%는 미투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투 운동이 대중화되며 성범죄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시작된지 50여 일만에 '미투 사각지대'로 불렸던 남성에 대한 성범죄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남자가 고작 그런 것도 못 참냐"는 식의 사회적 편견에 몸을 숨겨왔던 남성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남성발(發) 미투는 대학 익명게시판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성폭력은 성별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재확인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집단에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는 반면, 미투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미투로 인해 여성과 남성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펜스룰’에 대한 우려다.
아내 이외에 다른 여자와 단둘이 식사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펜스 부통령을 빗대 만든 말로, 남성이 성추문을 피하고자 여성 동료와 출장·회식·업무 등을 꺼리는 현상이다.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한다고 생각한 남성들이 미투 운동에 거부감을 가지면서, 미투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런 현상이 생겼다.
미디어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투 운동을 비판하는 의견 중 '미투 운동 때문에 남성 혹은 특정 집단 전체가 문제 있다'고 인식될 수 있다는 질문에 여성의 27.4%, 남성의 45.7%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과 남성의 분열과 반목을 조장한다'라는 주장에도 여성(18%)보다 남성(27.3%)이 더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투 운동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인크루트가 두잇서베이와 국내 성인남녀 39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투운동’ 관련,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허위 사실 유포나 정치적 이용 등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사실 유포나 정치적 이용 등의 악용 가능성을 묻자, 응답자의 53.4% ‘그렇다’(매우 그렇다 13.4%, 약간 그렇다 40%)고 답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등 여당 유력 정치인이 성폭행·성추행 파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며, 미투 운동이 정치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시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수사와 6.13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투를 6·13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번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광역의원 선거에 여성 후보가 대거 출전할 전망이다. 지역구 도의원에도 8명의 여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군의원과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이번 선거를 통해 20명을 웃도는 여성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여성의 정치 참여 흐름은 미투 운동의 시발점인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승패는 500명이 넘는 여성 정치초년병에 달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강력한 정치행동의 물결이 여성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이들뿐 아니라, 여성의 정치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