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감독을 만난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이었던 베트남 축구의 '기적'을 일군 그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은 엄청나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양국 우호증진에 크게 기여한 박 감독을 격려할 예정이다.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1월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1대2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불과 3개월 만에 베트남 역사상 그리고 동남아국가 최초로 국제대회에서 준우승을 따낸 것이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매직'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현지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초 박 감독은 한 방송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는 한국 축구에서 거의 퇴출된 상태였다“면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내게 기회를 준 베트남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박 감독은 "결승전 당일 난생처음 눈을 본 선수도 있었는데 악천후 속에서도 정말 잘 싸워줬다“면서 ”과거 베트남 선수들은 이겨본 기억이 별로 없어 스스로를 낮추는 경향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붙었다"며 선수들의 변화된 모습을 칭찬했다.
패배 직후 선수단 라커룸을 찾은 박 감독은 "고개 숙이지 말라. 우리가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긍지를 가져도 된다"고 다독였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기 때문에 죄인처럼 있는 모습이 보기가 싫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전역에 몰고 온 축구열풍에 대해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베트남의 한 현지매체는 박 감독이 경기 전 베트남 국가가 울릴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은 사진을 보도하며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이 베트남 국가가 나올 때 가슴에 손을 얹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박 감독은 이전 감독들과 달리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는 "8강전에서 이라크를 격파한 당일, 박 감독은 생일을 맞은 선수들을 축하하는 깜짝 파티를 열었다“며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박 감독은 또 다른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결승전이 끝난 직후 베트남으로 돌아간 박 감독은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로부터 축구역사를 새로 쓴 공으로 최고 등급인 3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또 정부 각 부처와 민간 기업이 기부한 포상금도 11억원이 넘었으며, 박 감독에게는 특별히 주택과 차량도 지급했다.
응우옌 총리는 "이 만남을 위해 5시간을 기다렸다"며 "총리가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일은 잘 없지만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기쁨으로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21일에는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준우승 신화를 다룬 '태풍 불 U23-창저우의 흰 눈'이라는 책이 베트남 현지에서 발간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 동안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을 방문, 우호 협력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 또 현지에서 박 감독을 만나 그의 '스포츠 외교'를 높이 평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