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선거의 개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 임기가 오는 2024년까지 늘어나면서 러시아 역대 두 번째 장기집권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푸틴은 내셔널리즘과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서구국가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스탈린 이후 최장기 집권··· '반정부 시위'도 격화
당초 BBC 등 외신들은 이번 선거를 두고 '대통령 선거'가 아닌 '대통령 신임 투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 여론 조사가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투표율과 득표율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8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은 가운데 투표율도 지난 2012년 대선에 비해 최대 10% 높은 65.25%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다.
잇따른 부정 선거 의혹에도 푸틴 대통령이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율을 얻은 데는 서구 국가과의 갈등 속에서 '강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드레이 콘드라쇼프 푸틴 대선 캠프 대변인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과 외교적으로 대치한 상황이 유권자들의 투표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치학자 드미트리 오레슈킨도 "러시아 경제가 침체돼 있는데도 푸틴 대통령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군사력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 미국 정부의 압박 앞에서도 당당하게 저항하는 모습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략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독일 현지언론 타게스샤우가 전했다.
그러나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율을 얻었음에도 부정 선거 의혹이 나오면서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더 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투표소 직원이 부정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 투표 용지를 무효화하는 소동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말에는 푸틴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출마가 좌절되면서 '불공정 선거'라는 인식이 퍼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기도 했다.
◆ 서구국가과의 갈등 고조 우려에 국제사회 긴장
푸틴 대통령은 4기 내각에서 '강한 러시아'를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도 특별한 경제·외교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는 "공격 받는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뒤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광장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러시아를 위해 함께 큰일에 임하자"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각료 구성은 오는 5월 취임식 이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서구 국가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강제 합병과 관련해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신 냉전' 위기를 불러왔다. 2016년 치러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따라 미국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과 영국의 러시아 정보원 암살 미수 사건까지 겹쳐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푸틴 정권이 당분간 국내 안정을 위해 서방 국가와의 분쟁을 부추기는 데 국민의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미 6년 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자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수사를 한층 강화했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 직후 축전을 보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직후 당선을 축하하는 축전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새로운 양국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정책에 있어 대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어 향후 대북 정책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