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트럼프의 무역전쟁 선포와 한국경제에 불어온 후폭풍

2018-03-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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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우리는 그들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적자를 보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한다.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에서도 돈을 잃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해 한 말이다. 미국 언론을 통해 지난 14일 공개된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원하는 대로 안 이루어질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시점에 몇 가지 협상카드가 있었지만, 협상카드를 내놓기가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최근 트럼프가 수입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면서 국내 철강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을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준비했지만, 말을 꺼내기마저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기보다 양보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정부는 세탁기 등의 제품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세탁기 수출의 경우 2018년 한 해는 120만대까지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초과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2월 16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 수입규제안을 권고했다. 주요 철강 수출국 12개국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모든 국가의 수출 물량을 2017년의 63%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 그리고 모든 국가의 수입 물량에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가 제시한 수입규제안을 수정하여 대미 철강 수출국들에 대해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미국 상무부가 제안한 철강 수입 규제 방안 등을 참고해 최종 규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철강 관세에 대응해 같은 규모의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세계에 엄청난 통상마찰이 벌어질 수 있다.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상대국의 또 다른 보호무역 조치를 낳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가 간의 무역이 감소하고, 세계적인 분업체계가 붕괴되면서 자국 산업마저 붕괴되는 것이다.

전례도 있다. 1930년에 미국이 제정한 스무트 홀리법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으나, 무역 상대국들은 연쇄적으로 관세를 인상했다. 이는 대공황의 원인이 됐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이 같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제소하고 판단 또는 중재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주요국들은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식으로 간접보복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은 강도 높은 감세정책을 단행해 세수가 부족한 상황 하에서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온 미국 국채를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확보해온 국가들이 매입 규모를 줄여 미국 정부의 재정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3일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철강의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무역 전쟁을 피하려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미국발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지난 5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무역전쟁의 첫 도미노 패가 넘어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무역정책 발표를 보면 우리가 전 세계적 무역장벽의 증강을 촉발할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한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수출 의존형 성장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을 높게 세우는 동안, 한국의 수출 길은 더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고용 시장은 빙하기라 할 만큼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데, 수출장벽으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다 보면 상당한 규모의 인력 유출 우려가 있다.

더욱이 철강산업에서 시작해 반도체, 자동차 등의 산업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사슬 전체에 위협이 올 수 있다.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쌀 등의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제한도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경우, 농가에도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값싸고 품질 좋은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경우 농가들은 당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수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타격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수출대상국 다변화 전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몇 개국에만 집중적으로 의존하는 편중된 수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주요국들이 추가적으로 강화할 관세 및 비관세 조치들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어떠한 산업 및 품목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조치들이 강화될 것인지를 확인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의 수출 지원시스템들을 활용해 정보를 탐색하거나 새로운 수출 활로를 찾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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