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영화로도 익히 알려진 연극 ‘미저리(Misery)’는 무대 기술만으로도 영화 못지않은 스릴과 공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긴박감을 조성하는 음향기술과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되니 오히려 영화관에선 느낄 수 없었던, 서스펜스 스릴러 연극만의 매력이 발산된다.
연극 ‘미저리’는 인기 소설가 폴과 그의 광팬 애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이미 최초의 서스펜스 스릴러 연극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극 중 사용되는 음악은 대부분 류영민 음악감독이 직접 작곡했다. 으스스한 배경 분위기와 상반되는 서정적인 음악은 관객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빠르게 진행되는 극의 전개 속도와 함께 사정없이 몰아치는 피아노 선율은 기존 스릴러의 전형과 다른 공포물의 정수다.
1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김상중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로 유명한 그가 연극무대를 떠난 지 18년 만에 다시 선택한 작품 '미저리'···. 이 작품에서 그가 펼치는 열연은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전혀 어색함이 없다.
1990년 극단 신화의 창단 멤버로 시작했던 그의 연기 인생 내공을 폴이란 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실 ‘미저리’의 극적 매력은 폴을 향한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과 섬뜩한 분위기에서 발현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배우 길해연의 캐스팅은 탁월했다. 이미 이해랑연극상, 동아연극상 등에서 수상하며 연기로는 연극계에서 정평이 난 길해연은 애니란 캐릭터를 영화보다도 기괴스럽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외딴곳에 있는 집.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기 작가와 사생팬(유명인의 일상을 쫓아다니며 생활하는 극성팬)의 이야기는 잘못된 사랑이 초래하는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단 세 명의 배우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을 맛볼 수 있다.
공연은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