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고민이 길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창당 시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다시 당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 대응과 관련한 전략을 논의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합당 컨벤션 효과’는커녕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는 등 창당 한 달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정체는 곧 ‘후보 구인난'을 의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등록을 마친 바른미래당 소속 17개 시·도지사 예비후보는 5명에 그쳤다. 각각 30명과 20여명에 육박하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 26.47%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고 지난해 대선 때는 안 전 대표가 21.41%, 유승민 대표가 6.76%를 기록했다.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안 전 대표가 마음을 바꾼 것도 합당에 따른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6%로 통합 전 양당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서울시장 출마 등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일단 최종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당무복귀가 이르면 다음 주께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직함으로는 인재영입위원장이 유력하다.
다만 안 전 대표의 결단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자체만으로 지방선거의 최대 흥행을 보증하는 반면, 낙선할 경우에는 정치인생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백의종군 한 달 만에 다시 복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할 수 있다”면서 “‘선당후사’라는 명분을 찾기 위해 장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에도 당을 위한 ‘희생’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당내에서 안 전 대표의 ‘주가’가 높아질수록 이 같은 ‘희생’이 부각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출마와 함께 자유한국당과의 서울시장 후보 연대 가능성을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대해 한국당과의 ‘묵시적’·‘암묵적’ 연대가 성사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장 안철수(바른미래당), 경기지사 남경필(한국당), 인천시장 유정복(한국당) 카드로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게 그같은 주장의 내용이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론에 대해 “일각에서 타(他)당과 선거연대를 하자는 말도 있지만 비겁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생각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고민해 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