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 라인을 지탱해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해임된 것이 알려지면서 주변국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중대한 외교 문제를 앞두고 중국과 일본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中 "미국 외교 더 강경해지는 거 아니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에 대해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이 한층 강경한 외교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환구시보는 틸러슨 장관의 해임이 예상된 일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에 충격파가 크다며 트럼프 정부의 잇따른 인사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결국 미국의 대외정책 운용과 소통에 있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외교 행보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충분히 강경한 트럼프 정부는 유연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외교적 행보는 이미 지극히 일반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북·미관계를 예로 들어 마치 일촉즉발의 한계에 도달한 듯하더니 최근에 갑자기 정상회담을 결정하는 등 미국의 행보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떠난 사람들이 새로운 인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환구시보는 "이 시점에 틸러슨이 떠나고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을 맡으면 브레이크가 사라지고 오히려 액셀러레이터가 생긴 셈"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은 폼페이오가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라는 사실을 의식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지적하고 의식하는 만큼 위치상으로 그는 중국의 '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무장관에 오른 후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환이 있어야 미국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미국의 지도력 더 약화할 우려"
일본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정부는 틸러슨 경질에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표하면서도 후임인 폼페이오 국장과의 회담 조율에 발빠르게 나섰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당초 틸러슨과 회담을 위해 이번 주 말 정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국무장관이 교체되면서, 회담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고노는 이날 기자들에게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지만,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였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경질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이 북한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이므로 후임 국무장관과도 조속히 만나 의견을 나누고 싶다. 미·북 정상회담 개최 전에 한·미·일 3개국이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4일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더 독선적이 되면서, 세계 혼란이 더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사임과 더불어 주요 간부들이 잇따라 트럼프 정권을 떠나고 있는 점도 주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또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틸러슨 장관의 태도 차이가 이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가 중요한 국면을 맞은 시기에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미국의 지도력이 당분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 언론들은 주한 미국 대사 인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는 이전 정권에 비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