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개과(改過), 치과(恥過) 그리고 문과(文過)

2018-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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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개과천선(改過遷善), 허물을 고쳐 앞으로는 착한 일을 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과가 말처럼 쉬운 게 결코 아니다. 우리 모두 크고 작은 잘못을 평생 얼마나 저지르며 살고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과실을 저지를 수 있다. 또 잘못은 저지르기는 쉽고 고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공자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고 가르치셨다.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가 아니고 '고치라'고 하셨다. 그것도 '고치라'고 하지 않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만큼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신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과 조금 다르시고 푸근하다.

공자는 안연(顔淵)을 후계자로 생각할 만큼 높이 평가하셨는데, 그 이유는 안연이 '불이과(不貳過)', 즉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선인들도 허물 고치기에 애를 많이 썼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은 젊은 나이에 개과잠(改過箴)을 지었는데 "허물을 고치지는 않고 부끄러워하기만 하면 잘못이 되고(恥過作非·치과작비), 허물이 오래되면 악행이 된다(過久成惡·과구성악)"고 했다.

저 혼자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는 치과(恥過)만으로 안 된다, 허물은 반드시 개과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런데 개과는커녕 치과에도 인색하다. 그래서인지 회재 선생은 허물을 고치지 않고 문과(文過), 즉 자기 잘못을 합리화하면 마침내 악(惡)으로 빠질 것이라고 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로남불'로 합리화했으니 죄악에 빠졌는데 그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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