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해소와 개혁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미스터 런민비'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가 9일 오전에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레버리지 축소와 금융개혁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고 관영언론 신화망(新華網)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 판궁성(潘功勝) 국가외환관리국 국장 등이 함께 했다.
또, "리스크와 위기 방지를 노력은 개혁의 중요한 일부"라며 "개혁과 리스크 방지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방향이 일치하는 개념"이라며 레버리지 축소에 계속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시아·세계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중국이 금융개혁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리스크 관리 등의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게 한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도 비슷한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리스크 방지가 개혁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질적성장'을 중시하고 있다며 신용대출을 기반한 무분별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경쟁적인 양적 성장에 지방정부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부채'가 중국 경제의 폭탄으로 거론돼왔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우 총재는 "중국 레버리지가 점진적으로 줄고 있다"면서 "통화공급 증가율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등으로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관점도 밝혔다.
저우 총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성급하게 등장해 금융안정, 통화정책 운용 등에 예측 불가능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면서 "이에 일단 거래를 중단하고 적절한 테스트를 거친 후에 보급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중국은 가상화폐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 거래소를 폐쇄하고 거래를 막는 등 강력한 규제로 리스크 확산을 막았다.
저우 총재는 또 "비트코인의 위안화 직거래를 반대하며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이 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필요성은 인정했다. 저우 총재는 "가상화폐의 등장과 발전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필연적"이라며 "미래에 지폐·동전 등이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단계적 도입의 뜻을 시사했다.
이강 부행장은 금융시장 개방을 언급했다.
이 부행장은 "당 중앙은 물론 국무원이 금융업 대외개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 보고서에서도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고 문을 닫으면 낙후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며 "인민은행도 이에 따라 개방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판궁성 외환관리국 국장은 바짝 고삐를 죄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언급하며 최근의 정책 흐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판 국장은 "규제 강화로 주택구입을 위한 개인 신용대출 증가율이 최근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가파르고 시장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면서 "주택대출 금리도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기존 정책 유지의 뜻을 시사했다. 주택 실수요를 기반으로 한 시장 안정을 이끈다는 포부다.
지난 15년간 인민은행의 수장으로 활약해온 저우 총장은 이번 양회에서 퇴임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궈수칭(郭樹淸)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湖北)성 서기, 이강 부행장,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급부상한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