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의 변호사, 수원시 특강서 “성희롱, Sex 아닌 Power 문제”

2018-03-08 15:16
  • 글자크기 설정

수원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맞아 ‘예민해도 괜찮아’ 특강 개최

이은의 변호사는 8일 수원시청 특강에서 성희롱은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파워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김중근 기자]


수원시는 8일 제110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문화조성을 위한 감수성 교육 차원에서 ‘예민해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기념 특강을 개최했다.

특강 강사로는 ‘예민해도 괜찮아’ 저서로 잘 알려진 이은의 변호사가 초청됐다. 특강은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수원시청 대강당(별관 2층)에서 진행됐다.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인 이 변호사는 강의 서두에서 “저도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로 꼬박 4년 동안 삼성과 다퉈 이겼다”며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성희롱은 성별이 아니라 성격의 문제이며,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파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파워의 문제는 스승과 제자, 사장과 직원 등 업무상 위력 관계에 있다는 의미”라며 “성폭력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이유도 가해자가 대부분 직장의 부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이 업무상 위력 관계가 지위, 감독, 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인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관계에 있지 않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과 성폭력이 훨씬 더 많다는 의미였다.

그는 이어 “그 많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화두를 던진 후 “실제로 이런 문제는 계속 존재해왔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은 용기를 얻어서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 변호사이기도 한 이 변호사는 “이런 성 문제는 문화예술계와 정치계보다 일반 직장에서 훨씬 많고, (이야기하기가)훨씬 어렵다”고 말하고 “아무도 피해자와 같이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며 “동료가 그런 일을 겪은 것 같으면 ‘무슨 일 있어?’, ‘괜찮아?’라고 물으며 관심을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성적인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변명을 하는데 이것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일 뿐”이라며 “강제추행은 성적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려고 하는 것 같은 ‘고의’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불기소나 무죄판결로 결론 내려지기 일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했다.

그는 또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데는 사회 진입장벽, 기회, 평가, 생존, 불안 같은 이유들이 기저에 깔려 있다”며 “현재 한국에 적용되는 법리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는 극단적인 두 가지 상황, 즉 ‘사귀거나 나가거나, 당하거나 떠나거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이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이상한 오해와 시선들을 가지고 있다”며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왜 따라갔대?’ ‘왜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았대?’라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질문은 피해자를 더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앞으로는 피해자를 보게 되면 ‘왜’라고 묻지 말고, ‘그런 문제가 있었네’ ‘그런 행위가 있었네’ 하며 사실을있는 그대로 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변호사는 또 “피해자를 돕는 방법은 피해자 앞에 서는 것도 아니고 뒤에 서는 것도 아니며 피해자 옆에 서는 것”이라고 말하고 “피해자 옆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게 진정한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말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 평등권, 인권을 요구하며 시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75년 UN(국제연합)에서 매년 3월 8일을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다.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를 되새겨 보고 성평등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날이다.

한편, 수원시는 이날 수원지역 여성·인권단체가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수원이’ 웹툰을 즉각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여성·인권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원이’는 수원시가 시정홍보를 위해 만든 수원청개구리 캐릭터 이름이다.

시는 관계부서 긴급회의에서 관련 웹툰 내용 가운데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날 오후 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시된 웹툰을 곧바로 삭제했다. 또 시 도서관에 비치된 수원이 웹툰 관련 책자도 전량 수거하도록 조치했다.

‘수원이’와 함께하는 여자친구 ‘다정이’가 여성을 주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시민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캐릭터의 성격·운영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