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헌법은 물론 당과 국가시스템까지 대폭 뜯어고친다. '시진핑(習近平) 사상' 삽입, 국가주석 임기 2연임 이상 제한 조항 삭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안과 당·국가기관 개혁안의 전인대 표결을 통해서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최고기관이긴 하지만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한 만큼 이 두 개 안건은 통과될 게 확실해 보인다. 이로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집권 체제를 제도화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 당·정 조직 통폐합··· 거세진 '공산당 입김'
우선 시 주석의 권력 강화를 위해 당·정 조직이 대대적으로 통폐합된다. 전인대 개막 하루 전날인 4일 관영 신화통신은 앞서 지난달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확정한 당·국가기관 개혁 심화에 대한 결정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위원회는 당·국가기관 개혁의 네 가지 원칙 중 당의 전면적 영도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東西南北中,黨是領導一切的)"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 했던 말로, 정부·군·민간단체 등 각계 각층과 중국 전역에 걸쳐 모든 일을 공산당이 결정권을 갖고 처리한다는 뜻이다. 이미 '당 핵심' 칭호를 얻은 시 주석으로선 공산당 영도 강화가 곧 자신의 권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홍콩 명보 등 일부 중화권 언론을 통해 국무원 부처가 기존의 25개에서 19개로 확 줄어들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우선 시 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할 '슈퍼 사정기관'인 국가감찰위원회가 설립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국가감찰위는 공산당 사정기관인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무원 감찰조직을 아우르며 향후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따로 분리돼 있던 기존의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 판공실과 대만판공실도 하나로 통합돼 대만·홍콩·마카오 사무 판공실이 신설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이 홍콩·대만 내 독립 세력 움직임에 더욱 단호히 대처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사라지는 대신 공산당 사상이나 노선의 대외 선전·교육을 담당하는 당중앙선전부가 그 역할을 흡수하며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 국무원 산하 국가기밀 보호기관인 국가보밀국과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가 합쳐져 '국가안전보밀총국'으로 재탄생한다. 금융 리스크 예방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은행관리감독위원회·보험관리감독위원회·증권관리감독위원회를 통합한 '국가금융총국'도 신설된다.
관영 언론매체도 통폐합된다. 국무원 산하 신화통신이 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당 이론잡지인 구시(求是)를 모두 관할하고, 중앙텔레비전방송국(CCTV)·중앙인민라디오방송국(CNR)·중국국제라디오방송국(CRI)이 합쳐져 중앙라디오텔레비전방송국으로 통합된다.
◆ 시진핑 장기집권의 길 열어준 개헌
시 주석은 '권력 굳히기'를 위해 14년 만에 헌법도 뜯어고친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개헌을 통해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 및 삼개대표론과 함께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과학발전관'과 시 주석의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이하 시진핑 사상)'이 헌법에 삽입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자신의 이름을 단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삽입했지만 후 전 주석은 자신의 이름까지 헌법에 삽입하지는 못했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헌법에 명시한 역대급 지도자 반열에 올라섰다.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한 조항도 삭제된다. 이로써 그동안 10년 임기로 제한됐던 국가주석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제도화된 장치도 마련될 예정이다. 시 주석이 자신의 집권이 마무리되는 2022년 이후에도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 밖에 헌법 본문에 '중국 공산당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는 조항을 추가해 공산당 영도도 강조했다. 헌법을 통해 공산당이 중국을 영도하고 있음을 확실히 못 박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