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안방보험과 연관이 깊지 않은 중국인 피터 진(Peter Jin) 상무가 동양생명 사내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안방보험의 경영권이 중국 금융당국에 넘어간 이후 비(非) 안방보험 출신 임원에게 힘이 쏠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구한서 대표이사를 재선임하지 않고 뤄젠룽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다. 동시에 동양생명은 구 대표가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사내이사 빈자리를 피터 진 상무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우 전 회장은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중국의 자본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때문에 우 전 회장과 함께 M&A를 추진했던 과거 안방보험 출신 인물들이 동양생명의 경영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인이면서도 우 전 회장과 연관이 깊지 않은 피터 진 상무에게 힘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77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그가 동양생명에 입사한지 3년도 채 안 돼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배경이 지배구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실제 피터 진 상무는 안방보험과 큰 연관이 없는 계리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중국 AIA에서 계리부 부경리(부총괄), 북경 EY(Ernst&Young)에서 계리부 경리(총괄)를 맡았다. 이후 한국 EY로 건너와 계리팀을 이끌기도 했다.
그간 동양생명 내부에서 피터 진 상무는 하이브리드(Hybrid)형 임원으로 평가돼 왔다. 중국인이면서도 안방보험 외부 출신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보험 산업을 두루 경험한 인재라는 의미에서다. 동시에 자칫 안방보험 출신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 동양생명 임원진의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77년생인 피터 진 상무는 주요 보험사 사내이사 중 최연소가 아닐까 싶다"라며 "이처럼 파격적인 발탁은 안방보험 출신 임원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나온 조치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