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먼저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빨라질 가능성이 낮아졌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2010년 인수한 금융자회사(옛 금호생명)다.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총 세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 결국 KDB생명 인수 및 유상 증자 등에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올해 초에도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우선 KDB생명의 경영상태를 개선시키겠다는 게 산업은행의 의도다.
하지만 이미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은 향후 보험업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향방이 더욱 불투명하다. 유상증자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낙하산 인사 문제까지 불거졌다. 산업은행은 올해 1월 말 KDB생명 사장에 정재욱 세종대 교수를, 부사장에 임해진 전 부행장을 각각 내정했다. 산업은행 임원 출신이 KDB생명에 재취업한 전례가 되풀이된 것이다. 전임 안양수 KDB생명 사장도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정재욱 사장은 논란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현 정부 금융기관 수장들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정 사장은 과거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근무 시기가 겹친다. 뿐만 아니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연구원에서 부원장, 원장으로 재직했던 시기도 맞물린다.
이에 경영상태 개선이 중요한 KDB생명에 보험사 현장 경험도 없는 정 사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정 사장은 학자로서의 경험이 많은 인사로 분류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스스로가 논란을 자초한다"며 "KDB생명이 과연 얼마나 좋아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한편, 또다른 금융자회사인 산은캐피탈도 수년 간 민영화에 도전했지만 아직 발이 묶여 있다. 단기간에 매각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산업은행이 사실상 매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