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EU 보복 조치에 트럼프 '자동차 관세' 검토...글로벌 통상전쟁 가속화

2018-03-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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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 보복 관세 부과하면 '자동차 관세' 부과할 것"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캐나다ㆍ중국 등 보복 대응 예고

[사진=연합/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보복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 카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미국-EU 간 무역 마찰 위협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에 이어 미·EU 무역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통상전쟁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트럼프 "EU 보복 관세 부과시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EU가 현지에서 운영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높은 관세와 장벽을 더 늘리려 한다면, 미국에 들어오는 유럽산 자동차에도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이것은 엄청난 무역 불균형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EU가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에 맞서 보복 대응 입장을 밝힌 데 대한 견제 조치라는 것이 미 의회전문지 더 힐 등 현지언론의 분석이다. 앞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 일자리를 위기에 빠트릴 불공정한 수단인 만큼 EU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면서 사실상 보복 대응을 시사했다.

외신에 따르면 EU는 오는 7일 예정된 유럽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철강과 철강 이외의 제품, 농산물 등 3개 분야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 수준의 수입 관세 부과를 검토에 들어간다. 미국의 수입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이라는 혐의로 제소하는 방침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도 선택지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사실상 독일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예전부터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특히 독일 업체들로 인해 미국이 거대한 무역 적자를 떠안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독일 현지 언론 빌과의 인터뷰에서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 주요 업체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취임 전에는 독일 자동차업계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비난하면서 미국이 수입하는 독일산 자동차에 대해 35%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 등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평균 2.5% 수준이다. 다만 픽업트럭과 상업용 밴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모호한 입장에 무역 시장 혼란 우려...美경제 타격도 불가피"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관세 정책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정책으로, G2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고조되는 가운데 미·EU 간 갈등도 격화되면서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반발이 거세지면서 미국과 세계 각국간 '핑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중국은 철강과 지적재산권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정조준을 받는 만큼 콩과 수수 같은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철강의 약 50%를 구입하는 최대 수입국인 캐나다도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캐나다도 수용 불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과의 공동 대응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조치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네소타대 정치과학 및 무역 분야 조교수인 코젯 크리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특정 국가에 대한 면제 여부, 구체적인 관세 부과 대상 명시 등이 제시되지 않아 모호한 상태"라며 "동맹국들과의 외교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가 인플레이션 상승, 동맹국 간의 무역전쟁을 야기해 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최대 정책 실수"라며 "동맹국의 분노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세금·규제개혁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친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억제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안에 관련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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