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자사 AI(인공지능) 비서 ‘빅스비 2.0’을 적용한 AI 스피커를 내놓고 AI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과 가전 등 기존에 빅스비를 적용한 제품들과 함께 삼성전자의 ‘AI 제국 건설’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자사 제품에 AI를 적용한다는 목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빅스비 2.0을 채용한 AI 스피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스마트폰, 가전 등과 함께 빅스비 생태계의 확장과 기술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빅스비는 스스로 학습하는 특성상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그 기능이 더욱 빠르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빅스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2.7% 수준이다.
특히 빅스비 2.0의 경우 맞춤형 기능과 확장성이 대폭 강화돼 이용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빅스비 2.0은 사용자 이용 패턴에 맞춰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며, 언어 사용 행태 등을 바탕으로 특정인을 구분해낸다.
◆세계 AI 스피커 시장 지각 변동 예고
현재 세계 AI 스피커 시장은 구글의 ‘구글홈’과 아마존의 ‘에코’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양사의 세계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벌써부터 삼성전자의 AI 스피커가 관련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세계 2위의 스마트폰업체 미국의 애플도 자사 첫 AI 스피커 ‘홈팟’을 출시했으나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는 세계 1위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AI 스피커에 대한 상호 호환성 때문이다.
AI 스피커의 궁극적인 역할은 IoT(사물인터넷) 생태계 확장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별 제품의 호환성 문제 등으로 인해 정보와 일정검색, 음악재생 등 기능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사 모든 제품을 IoT 기술로 연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AI 스피커는 다르다. 삼성전자의 IoT 적용 제품 수에 비례해 그 역할도 무한 확장될 수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모바일·IT)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8'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홈 IoT 부문에서는 AI 스피커가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구매했을 때 참 잘 샀다는 얘기를 듣고 싶으며, 독립된 음악기기로도 손색없을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M&A 등 AI 투자 강화
삼성전자는 스피커, 스마트폰, 가전으로 이어지는 AI 플랫폼을 구축한 만큼 기술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빅스비의 기술력 자체가 스마트폰과 가전 등 자사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과 AI 전문 연구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국내 대화형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했다. 플런티는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화형 AI 챗봇을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플런티.ai' 등을 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플런티의 인력과 기술은 향후 빅스비 개선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단행하고 CE(생활가전)와 IM부문의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키는 동시에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과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4차산업 시대의 주도권이 달라질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AI 스피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만큼 향후 더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스피커 시장 규모는 2020년 21억달러를 돌파하고 2021년에 35억2000만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