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행위를 비판하며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가장 예민한 현안인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일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의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우리의 힘으로 바로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인권 범죄’, 일본을 ‘가해자’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 시기의 반인륜적 인권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12·28 위안부 합의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본에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라며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라며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일본이 고통을 가한 이웃나라들과 진정으로 화해하고 평화공존과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라며 “저는 일본에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답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접한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극히 유감이다. 한국 측에게 외교 루트를 통해 즉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2015년 한·일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상 간 합의를 하고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일부러 그런 평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며 “(양국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약속했고 일본은 합의에 기초해 할 일을 모두 했으니 한국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위안부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을 관례대로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서대문형무소에서 연 것도 일본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서대문형무소의 벽돌 하나하나에는 고난과 죽음에 맞선 숭고한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다”라며 “일제 강점기 동안 해마다 2600여명이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됐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날까지 10만명 가까이 이곳에 수감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과 독립 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2020년 문을 열게 될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는 대한민국을 세운 수많은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 3·1운동에 참가한 나무꾼·광부·기생들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새겨질 것”이라며 “국내외 곳곳에 아직 찾지 못한 독립운동의 유적들과 독립운동가들의 흔적도 계속 발굴할 것이다. 충칭의 광복군 총사령부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