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은퇴하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 총재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아시아포럼(이하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저우 총재가 쩡페이옌(曾培炎)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이 물러나는 자리에 내정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사실 인민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선진국 중앙은행과 달리 독립적인 정책 결정권이 없다. 중국 통화정책의 최종 권한을 쥔 건 사실상 국무원이나 당중앙재경영도소조다. 그럼에도 저우 총재는 재임 기간 인민은행 위상을 강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재임기간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관리 변동환율제를 도입해 위안화 환율개혁을 추진하고, 은행권 금리 자유화도 추진하며 예금·대출 금리와 채권·어음 금리 상·하한선을 단계적으로 철폐했다.
중국 금융시장 대외개방도 밀어붙였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2015년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도 성공시켰다. 외신들은 저우 총재에게 ‘미스터 런민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저우 총재는 오페라광, 위스키 품평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저우 총재가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을 맡으면 향후 보아오포럼의 국제적 영향력과 다자 외교무대 역할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아오포럼 차기 이사장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출범한 뒤 이듬해인 2002년 첫 연차총회를 개최한 보아오포럼은 아시아 지역의 국가·기업·민간단체 간의 경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비영리 민간기구다. 17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연차총회에는 48개국에서 18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보아오포럼은 '세계 번영 발전을 위한 아시아의 개방과 혁신'을 주제로 오는 4월 8일부터 나흘간 하이난성 휴양도시 보아오에서 열린다. 올해 포럼엔 집권 2기 첫해를 맞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해 개막식 연설을 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에 취임한 지난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