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정월대보름과 사금갑(射琴匣)

2018-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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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오는 3월 2일은 정월대보름으로 '상원(上元)',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한다. 상원은 중원(中元·7월 15일), 하원(下元·10월 15일)과 함께 삼원(三元) 중 하나로,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는 빚 독촉도 하지 않았으며, 세배를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풍속으로는 ‘개 보름 쇠듯 한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는데, 만약 음식을 주면 여름에 파리가 많이 꼬인다고 하여 굶기기도 했고, 아침에 소에게 나물과 밥을 줘서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농사일을 점치기도 했다.

기원은 〈삼국유사〉에 실린 '사금갑(射琴匣)'과 관련이 있다. 신라 21대 소지왕(炤知王)은 488년 1월 15일 금오산에 있는 천천정(天泉亭)에 거둥했을 때, 까마귀가 쥐와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가 날아가므로 뒤쫓게 했다. 도중에 돼지싸움을 구경하다 까마귀의 행방을 놓쳐버렸는데, 이때 연못에서 노인이 나와 봉투를 주었다.

겉봉에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안 열어보면 한 사람이 죽을 것(開見則二人死 不開則一人死)”이라고 쓰여 있었다. 왕은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열어보지 않으려 하였으나, 일관(日官)이 “두 사람은 보통사람이고 한 사람은 임금을 가리키는 것이니 열어보셔야 합니다”라고 아뢰므로 열어보니, ‘궁중의 거문고 상자를 쏴라(射宮中琴匣)’고 쓰여 있었다.

왕이 쏘자, 그 안에 왕비와 정을 통하던 중이 있었다. 장차 왕을 해치려고 숨어 있던 차였다. 이러한 일로 정월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으로 까마귀에게 공양하는 풍속이 생겼다.

이날 오곡밥을 지어 먹는데, 오곡밥은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으면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정월대보름에 오곡밥 나눠 먹고 행운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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