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부동산 전자계약’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 가운데 제도 정착을 위해 금리 인하 등 혜택을 내걸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익이 없는 공인중개업소와 거래 상대방인 매도인 등이 기존 서류계약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국토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에서 부동산 전자계약을 통해 이뤄진 거래는 1259건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매매거래(13만5713건) 중 0.93%에 불과한 수준이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기존 종이로 작성하던 부동산 거래 계약서를 컴퓨터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작성하는 방식이다. 전자계약을 통해 매매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실거래가 신고, 임대차 계약 시에는 확정일자 신청이 자동으로 처리돼 행정기관 방문 등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의 후속조치로 전자계약을 이용할 경우,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대출 상품인 디딤돌 구입대출과 버팀목 전세대출의 대출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공인중개업소에서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기존 종이로 작성하는 서류계약을 고집하는 데다, 거래 상대방인 매도인 또는 임대인 역시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전자계약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거주하는 A씨(37·여)는 “신혼집을 전자계약으로 매매하면 디딤돌 대출을 인하해준다고 해 주변 공인중개업소 4곳을 돌아다녔지만, 단 1곳도 전자계약을 취급하지 않았다”며 “대출 날짜는 다가오는 상황에서 결국 전자계약을 해주겠다는 공인중개업소를 찾지 못해 기존 종이계약서에 사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부동산 전자계약 이용 시 거래 정보가 노출되고 직거래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온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설득해 지난해 7월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바뀐 것이 없는 상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계약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다각도로 홍보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계약방식은 거래 당사자가 판단해 결정할 사안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거래 상대방 등과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