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가운데, 서구 언론들도 중국 정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시진핑 연임제한 폐지··· 지난해 10월부터 예상돼 왔던 일"
이 같은 연임 제한 폐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현재의 1인자 자리에 무기한으로 앉아 있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서구 언론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예상돼 왔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후계자를 명확하게 지목하지 않으면서 임기가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왔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쿼츠는 25일 전했다.
중국의 역사학자인 장리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이미 예상돼 왔던 일이며, 시 주석의 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른다"면서 "이론적으로 시진핑은 40년간 독재를 했던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보다 오래 권력을 잡을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 "시 주석 푸틴의 길 따라가"··· 中 집단지도체제 사라져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공산당이 주석의 임기를 제한하는 법률을 폐지한 것은 그동안 중국 정치의 기반이 됐던 집단지도체제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또 "마오쩌둥 시대의 정치적 혼란을 겪은 뒤 중국에 세웠던 합법적인 권력 승계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시 주석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붉은 자본: 중국 증시의 기이한 상승 속에 존재하는 취약한 금융 기반(Red Capitalism: The Fragile Financial Foundation of China's Extraordinary Rise)'의 공동 저자인 프레이저 하위(Fraser Howie)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 주석이 러시아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푸틴 대통령과 비교하고 있으며, 푸틴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1인 장기집권은 언제나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책임은 온전히 지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푸틴과 달리 중국의 성공적 경제 발전 때문에 시 주석의 장기집권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 기업인 차이나 폴리시의 데이비드 코언은 "푸틴이 장기집권을 할 때, 역사적으로 볼 때 그것을 잘못된 일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시진핑이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중국 국영 언론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 웨이보 사용자는' 2연임이 충분하지 않다면 3연임을 할 수는 있지만 제한이 있을 필요가 있다. 제한이 없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대 정치과학 교수인 장밍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중요한 것은 서구의 정치 시스템과 같은 공식 직함이 아니라 지도자가 권력을 쥔 황제냐 그렇지 않으냐는 것"이라면서 "일반 중국인들은 이미 시 주석을 시 황제라고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쿼츠는 "이번 조치로 중국 정치에서는 왕좌가 없이도 권력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