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차입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GM이 GM본사와 계열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3조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이 최소 1조7000억원에 달해 GM이 제안한 대로 주식으로 '출자전환'이 없을 경우, 한국GM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2016년 말 기준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의 총 차입금은 2조9700억원 규모다.
만기를 연도별로 나눠 보면 지난해 말 이미 1조1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왔다. 이 가운데 GM본사는 4000억원 정도 회수하고, 7000억원에 대한 만기를 이달 말까지 연장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GM본사 차입금의 만기 연장과 차입금에 대한 담보설정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이 차입금의 만기가 다시 연장될지는 불투명하다. 연장의 조건으로 GM 측이 '부평공장 담보'를 요청하고, 반대권을 가진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한다면 GM이 7000억원부터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오는 4월 1일부터 8일까지 988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결국 이달 말로 만기가 연장된 7000억원까지 더해 올해 4월 전에 한국GM이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할 차입금 규모가 최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GM은 '출자전환' 자구안이 한국에 남아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GM은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빌려준 3조2000억원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전환하겠다는 '자구안'을 우리 정부와 국회에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신규투자는 하되, 출자전환은 참여가 불가하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 상당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정부와 산은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산업은행이 17% 보유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지금까지의 부실을 처리하는 문제인데, 산은이 한국GM의 경영부실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면서 "본사에서 차입해 쓰던 돈을 회수하면서 모자란 돈을 산은이 메우라는 식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산은은 자금지원 전제조건으로 △차입금 금리 인하 △재무실적 공개 △장기경영계획 제출 등 8가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흑자전환 방안 등 경영개선 대책 및 장기발전계획 수립·제출 △분기실적·손실분석 등 재무실적 공개 △차입금 금리 인하와 본사 관리 비용 분담금 면제 △제출 거부 중인 장기경영계획 제출 및 산업은행과 협의 등이다.
또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개선조치 △물량 확대 등 한국GM 역할 확대를 위한 GM본사의 협력방안 제시 △주주감사 업무 수행의 실질화 방안 제시 및 확약 △주주와의 신뢰관계 회복방안 제시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그간 투명하고도 엄격한 실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사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고금리 대출과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및 납품가격 등 의혹을 검증해야 한국GM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역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GM에 대해) 통상적인 속도보다 실사를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서는 실사가 전제돼야 하며, 실사 없이 결정을 내리는 자체가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