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GA채널 경쟁, 차라리 규제가 낫겠네"

2018-02-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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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가이드라인 요청

GA 반발 실제 제정 미지수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을 상대로 과도한 지원 경쟁을 펼쳤던 손해보험사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손보업계 상위사가 앞장서서 금융감독 당국에 GA 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출혈 경쟁이 공멸을 부를 수 있어 차라리 규제를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GA 업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위권 손보사가 금융감독원에 GA 판매위탁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15년 보험사와 GA의 계약에서 표준위탁계약서가 도입됐으나 수수료 상한 등이 정해지지 않아 과도한 '시책 경쟁'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험업계에서 시책이란 보험사가 영업 활성화를 위해 영업채널에 판매보너스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의미한다. 최근 손보사 사이에서 GA 채널에 후한 시책을 약속하는 경쟁이 심화돼 출혈 경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달 초 GA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치아보험의 시책비가 월납보험료의 650%까지 치솟았다. 금감원에서 통상 200~300% 수준을 권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는 설계사가 월납보험료 5만원의 치아보험을 판매했을 때 기본수수료 외에 보너스로 32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6개월 이상 보험료를 받아야 시책비를 상쇄할 수 있다.

GA 시책비가 이토록 치솟은 것은 손보사들의 GA 채널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주요 손보사 판매 실적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중은 46.22%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대형 GA들이 뭉쳐 한 손보사의 상품을 보이콧할 경우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손보사가 후한 시책을 약속할 경우 뒤처질 수 없는 대부분 손보사가 유사한 수준으로 시책을 상향조정해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난 2016년 상반기만하더라도 400% 이하였던 시책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GA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출혈 경쟁의 끝은 공멸밖에 없다고 판단해 금감원에 청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GA 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할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금융사간 판매위탁계약까지 금융감독 당국의 가이드를 정해야하는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또 GA 업계가 가이드라인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상당한 변수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표준위탁계약서가 만들어질 때도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자는 얘기가 있었으나 GA 측의 반발이 강해 무산됐다"며 "GA가 소속 설계사의 생계 문제를 앞세우면 금융당국에서도 강력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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