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요동친 홍콩 항셍지수가 춘제(春節, 음력설)연휴 후 첫 거래일에 힘을 내지 못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가 여전히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으로 향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20일 개장한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1.99%에 육박하는 변동폭을 보이는 롤러코스터 장을 연출했고 장 막판 힘이 빠지면서 전거래일 대비 0.78% 하락한 30873.63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과 이에 따른 다우지수 등의 폭락으로 급격한 조정장을 겪은 아시아 증시가 설 연휴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홍콩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날 니케이225지수는 1.01% 급락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고 한국 코스피도 1.20% 급락해 2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중국 A주와 마찬가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홍콩 항셍지수 강세를 이끌어온 중국 기업의 실적이 양호해 조정이 있겠지만 적어도 상반기에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연휴 후 두번째 거래일인 21일 시작이 좋다. 오전 10시 21분(현지시간) 현재 항셍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3% 오른 31069.64로 가파른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리샤오자(李小加)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는 20일 '음력설 신년 개장식'에서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 증시의 고공행진 등의 영향으로 홍콩 증시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면서 "이미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비교우위와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저우쑹강(周松崗) 홍콩거래소 주석은 "지난해 홍콩 증시와 선물시장이 활기를 띠고 홍콩증시 시총이 34조 홍콩달러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올해 경기도 안정적 흐름을 보일 전망이지만 지난 2주 대외적 변수로 크게 요동친 만큼 투자자는 신중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홍콩거래소가 신(新)경제 기업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중국 증시와의 연계성을 높인 것 등도 강점으로 언급했다.
과거 차등의결권 거부로 알리바바라는 대어를 놓친 홍콩 증시는 최근 이를 허용하고 성장성 있는 기업의 진입 기준을 낮췄다. 실제로 올 9월 '대륙의 기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스마트홈 선두주자로 거듭나고 있는 샤오미가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IPO가 성사되면 올해 최대 규모로 샤오미 가치가 1000억~11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홍콩거래소에 127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주석이 나올 수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 4월 임기가 끝나는 저우 주석의 자리를 홍콩거래소 이사인 스메이룬(史美倫)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20일 보도했다.
풍부한 경험으로 탁월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1990년대 홍콩증권선물위원회 부주석, 2001~2004년 중국 본토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부주석 등을 거쳤고 현재 정부 자문기구인 홍콩 금융서비스개발위원회(FSDC)를 이끌고 있다. 홍콩거래소에는 13명의 이사가 있고 홍콩 행정장관의 승인을 통해 이 중 주석이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