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일대 '숀 화이트 버거' S매장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 '스노보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숀 화이트의 비디오를 보며 동작을 따라하지 않은 경우는 없을걸요. 그만큼 스노보드계의 우상과 같은 존재인 숀 화이트가 우리 매장을 방문해서 너무나도 기쁩니다." - 강원 평창군 봉평면 S매장 대표 윤중천씨(46·남).
본지는 최근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미국)의 방문으로 한바탕 유명세를 치른 '숀 화이트 버거' 매장을 지난 19일 직접 방문했다.
처음 매장에 도착했을 때는 커다란 렌털 숍 간판이 붙어있어, 숀 화이트가 들른 곳이 맞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숀 화이트의 방문 사진들 및 스노보드 사진들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맞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윤씨는 그저 스노보드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일대에서 현재 매장과 같은 형태의 카페를 겸한 렌털 숍을 운영한 지는 8년이 넘었고, 지금 매장은 재작년부터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거 집을 운영한 지는 반년 정도 됐다고.
무엇보다 '스노보드'라는 키워드를 던질 때마다 열정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며, 스노보드를 대하는 그만의 철학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윤씨는 21세 때부터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고, 잠시나마 선수로도 활약한 경험이 있는 스노보드의 고수다. 숀 화이트의 주 종목이기도 한 하프파이프를 탄 것은 30대 초반 무렵부터라고 했다.
이처럼 스노보드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나이가 살아있는 스노보드계의 전설을 마주했을 때의 감회는 분명 남달랐을 것이다. 윤씨는 "숀 화이트가 방문한 순간 올 한해는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숀 화이트는 나를 비롯한 스노보더들의 우상이자 교보재와도 같은 존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숀 화이트의 열렬한 팬인 그는 행여나 화이트가 본인의 매장을 방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플라잉 토마토(Flying Tomato)'라는 이름을 붙인 버거를 제작했다. 플라잉 토마토는 숀 화이트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빨간 머리를 하고 공중을 나는 퍼포먼스를 보여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 11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일대 S매장에서 '숀 화이트 버거' 세트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사진=S매장 윤중천씨 제공]
햄버거의 가격은 100만원. 하지만 실제 판매용은 아니었다. 윤씨는 "햄버거 가격은 숀 화이트가 100점 만점을 받으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책정한 것이다. 또 햄버거에 패티 2장이 들어가는데, 이는 숀 화이트가 받은 금메달 개수 2개"라며 "일반 손님들 중에 이 버거를 제작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별도로 만들고 있지는 않다"며 웃음을 지었다.
결국 윤씨의 바람대로 숀 화이트는 지난 11일 이 매장을 방문했다. '화이트만을 위한 버거'가 있다는 소문에 매장을 방문한 숀 화이트는 윤씨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햄버거를 먹어서인지는 몰라도 3일 뒤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점수 97.75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윤씨는 "숀 화이트가 우리 매장에서 버거를 먹은 이후 공교롭게 금메달을 따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름 그가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 같아 기쁘다"며 "무엇보다 화이트는 그날 이미 식사를 하고 온 상태에서 버거를 먹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평소에 원래 햄버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게 고마웠다"고 했다.
숀 화이트는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미국으로 가는 날 가족들과 함께 윤씨의 매장을 한 번 더 방문했다고 한다. 윤씨는 "화이트가 이번 대회를 빌어 금메달이 3개째가 됐다며 이번엔 패티를 3장 넣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말했다.

숀 화이트가 S매장에 남긴 덕담과 사인. [사진=김충범 기자]
윤씨는 최근 들어 인구 감소와 함께 스노보더 인구 역시 줄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스노보드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스노보드의 매력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역동적이면서도 멋진 스포츠"라며 "무엇보다 스노보드 저변이 확대돼 국내에서도 숀 화이트 못지않은 스타 스노보더가 꼭 탄생하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