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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지난 12일 겨울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듯 눈이 내렸다.
입춘이 지났음이 무색하게 참 많이도 쏟아졌다.
어쩌면 올겨울 마지막일지 모르는 눈을 보며 저마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 언 손을 부비며 빗자루와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을 만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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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캣맘 활동을 한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꾸준히 길고양이들을 돌봤다는 캣맘은 들고 나온 빗자루로 서둘러 눈을 쓸었다.
주차해 놓은 본인의 차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길고양이가 와서 밥을 먹는다는 장소를 깨끗이도 치운다.
지난 밤 주고 간 물이 얼어있자 능숙하게 얼음을 깨고 새 물과 사료를 놓아둔다.
날이 추워 얼까봐 요즘은 주로 사료를 주고 있지만 평소에는 통조림과 직접 살을 바른 생선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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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참 많은 고양이를 만나고 또 , ' 보냈다' 고 했다 .
"'예쁜이'는 참 오래도 봤는데 지난 가을쯤부터 보이지 않아요. 같은 시기 '잉잉이'도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고요."
얼굴이 유난히 예뻐 '예쁜이', 차 밑에서 자꾸 울어 '잉잉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요즘은 고등어 색깔의 작은 고양이를 돌본다고 했다. 어쩌면 예쁜이의 새끼일 지도 모른다면서.
남들이 모두 잠든 밤에 밥을 주고 또 아침이 오기 전 이른 새벽 다시 나와 고양이를 살피는 건 혹시나 모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였다.
"퇴근하고 밤에 한 번 밥 주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밥그릇을 치워놔요.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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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 바라는 건 소박했다.
"밥그릇만 치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 눈에 띌까 봐 먹고 난 밥그릇을 숨겨 놓는 데 그걸 꼭 찾아서 버리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임시로 마련해 놓은 집도 가만히 놓아둔다면 정말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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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자신이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캣맘은 오늘도 불편한 수고를 감수하며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한 애를 쓰고 있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어쩌면 우리는 캣맘에게 그 불편한 수고를 맡긴 채 충분히 함께 살 수 있는 생명을 모른 척 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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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고 기뻐만 할 일이 아니었다.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을 생명이 그 눈 속에서 견뎌야 하는 긴 밤.
그 긴 밤을 견뎌낸 길고양이에게 묻고 싶다. 간밤에 너는 안녕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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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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