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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헬멧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에서 시합이 진행되는 특성상, 하계올림픽보다 안면을 보호해야하는 종목들이 많다. 빙판에서 거친 공방전이 벌어지는 아이스 하키는 물론, 쇼트 트랙, 스키, 스켈레톤 등 헬멧을 사용하지 않는 종목들을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이스하키 여자 남북 단일팀의 골리 신소정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한복, 고궁, 서울타워 등이 그려진 특별한 헬멧을 착용했다.
신소정은 "한국적인 것을 알리기 위해 헬멧에 한복, 고궁 등의 이미지를 새겨 넣었다. 이미 지난 12월에 제작했다"고 말했다.
신소정이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 헬멧에 무늬를 새겼다면,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서영우 조는 고인을 기리기 위해 헬멧에 사연을 담았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헬멧은 물론 썰매에도 이니셜 'G'가 새겨진 스티커를 붙이고 경기에 참가한다. G는 'Gomer(고머)'의 약자로 작고한 맬컴 로이드 주행코치의 별명이다.
로이드 코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했으며 원윤종-서영우의 기량을 만개시키는 등 한국 봅슬레이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6년 1월 캐나다 자택에서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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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가나 스켈레톤 대표 아콰시 프림퐁이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해외 선수의 경우 가나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이 헬멧에 입을 벌린 호랑이와 도망치는 토끼를 새기며 '토끼 이론(The Rabbit Theory)'이라고 명명했다.
헬멧에는 프림퐁의 굴곡진 인생 여정이 담겨 있다. 가나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란 프림퐁은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네덜란드로 이주해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봅슬레이 선수 생활을 했으나 결국 2015년 스켈레톤 선수로 전향한 끝에 평창 땅을 밟게 됐다.
한편 헬멧을 통해 선수 본인의 의지를 표현하려 했으나 좌절된 사례도 있다. 캐나다에서 귀화한 아이스하키 한국 국가대표 골리 맷 달튼은 이번 대회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그림을 새긴 헬멧을 쓰고 출전하려 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이라는 애매한 이유를 들어 이순신 그림을 허락하지 않았다. 맷 달튼은 이에 "IOC의 결정이 아쉽지만 고치겠다"고 말해 결국 이번 대회에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한 스포츠 전문가는 "동계스포츠에 있어 헬멧은 선수 본인의 또 다른 정체성(아이덴티티)을 의미한다"며 "특히 헬멧은 경기 때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만큼 선수들간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도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