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머는 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9초76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종전 올림픽 기록(6분10초76)을 정확히 1초 앞당겼다. 크라머의 3연패를 저지할 강력한 대항마로 꼽혀온 세계기록(6분1초86) 보유자 테트-얀 블루먼(캐나다)은 6분11초616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승훈은 6분14초15로 5위에 올랐다.
이날 크라머는 또 다른 올림픽 기록도 세웠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3연패에 성공했다. 남자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단일 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를 이룬 것은 크라머가 처음이다. 여자 선수 중에는 500m 보니 블레어(미국)와 5000m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크라머는 이날 우승으로 8번째 올림픽 메달을 수집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최다 메달 보유자가 됐다. 크라머는 분명 동계올림픽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빙속 황제’답게 금메달에도 들뜨지 않았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크라머는 “기분이 좋지만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음 경기에 매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크라머는 오는 15일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경기에서 대회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실제로 크라머의 금빛 레이스는 꾸준했다. 400m 랩타임이 28초98에서 29초52사이를 유지했다.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랩타임이 28초부터 30초까지 왔다 갔다 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분명 달랐다. 2600m 이후 29초 초반대를 기록하며 힘을 낸 크라머는 마지막 400m에서도 29초47을 마크했다. 크라머는 “속도가 좋게 유지된 것 같고, 굉장히 행운이 따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빙속 황제’가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교과서적이었다. 크라머는 “내 비밀은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즐기면서 정말 노력하는 것이 비결이다”며 “벌써 네 번째 올림픽인데, 모든 올림픽이 특별하다. 더 많은 압박이 느껴진다. 관중, 미디어가 몰린 올림픽은 내게 늘 부담이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