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경기는 졌지만 평화의 새 역사 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2018-02-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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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머리 감독이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패치를 달고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록 경기는 졌지만 평화를 위한 새 역사를 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실로 위대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지난 10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에 0-8로 대패하는 씁쓸함을 맛봤다.

남북 단일팀을 이끈 세라 머리(30·캐나다) 감독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 긴장감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목전에 두고 결성된 남북 단일팀···좀 더 일찍 결성됐더라면 하는 ‘아쉬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한 지 16일 만에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단일팀이 결성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머리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긴장했다.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 무대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패배의 원인을 밝혔다.

그는 이어 "1피리어드에서 선수들이 긴장한 탓에 3골을 내줬고, 그 상황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란 어려웠다"면서 “올림픽의 중압감을 잘 알기에 선수들에게 다른 경기 하듯이 똑같이 플레이하고 이 순간 자체를 즐기라고 주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실 단일팀이 실제로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결국 단일팀이 성사됐다. 우리는 정말로 북한 선수들과 즐겁게 훈련했다"며 "특히 북한 선수들은 정말로 열심히 훈련했다. 더 배우고자 했고 더 나아지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머리 감독은 "하지만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너무도 부족했다"며 "(단일팀 논의가 처음으로 불거진) 지난해 7월에 단일팀을 결성했다면 한 시즌을 풀로 준비하면서 더 나은 팀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지난 10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0대8로 패한 뒤 세라 머리 총감독이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는 졌지만 올림픽 이상의 순간으로 감동 준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팀

쓰디쓴 패배를 맛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지만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단일팀과 스위스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첫 경기 다음 날인 11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놀라운 경기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젤 회장은 "결과보다는 평화와 존중, 그리고 우정이라는 가치가 이뤄졌다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올림픽의 이상이며, 사람들을 함께하게 하는 올림픽 정신이다. 정말 환상적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수의 외신 역시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AP통신은 경기 결과를 소개한 후 "골리 신소정이 아니었다면 더 나빴을 것"이라고 분석한 후 "저조한 결과가 관중의 응원을 막지 못했으며 그 경기의 중요성을 감소시키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남북 단일팀은 고작 2주 전에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다. 합의에 따라 세라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해야 했다"는 단일팀의 특수한 사정과 함께 "상대는 세계랭킹 6위의 스위스였다. 득점에 상관없이 패배로 가려지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경기는 졌지만, 평화가 이겼다"고, AFP통신은 “비록 졌지만 두 코리아 간 화해를 위한 이례적인 순간을 끌어냈다”고 각각 보도했다.

CNN방송은 “평창올림픽 첫날 열린 이 경기는 그 누구도 점수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팀의 데뷔전이 완전한 패배로 끝났어도 전 세계에 '이기는 것만이 전부이자 끝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 가장 작고 어리고 가벼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본선 8개 출전팀 중 체격과 나이 부분에서 모두 열세였다.

11일 각 팀 로스터를 보면 단일팀의 평균 키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8개 팀 중 최단신인 160㎝였다.

전날 단일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경기에서 0-8 완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안겨준 스위스(168㎝)보다 8㎝나 작다.

체형이 비슷한 일본도 163㎝로 단일팀보다는 크다.

평균 체중 역시 50㎏대인 팀은 단일팀(58㎏)과 일본(59㎏) 두 팀에 불과했다. 참고로 스위스의 평균 체중은 63㎏대다.

평균 연령에서도 단일팀은 최연소 격인 22세였다. 최고령은 캐나다로, 평균 27세였다. 

단일팀은 이러한 신체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피땀을 흘렸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안겨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진 못했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은 이제 첫경기를 치렀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세라 머리 감독은 “다음 두 경기에서는 기회가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스위스전의 패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긴장감을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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