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평창 평화 올림픽과 한반도 운전자론

2018-02-09 06:00
  • 글자크기 설정

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 교수

북한의 핵 도발과 미국의 대북 제재, 한·미·일 동맹 강화와 미·중·러 대립에서 ‘코리아 패싱’이 제기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평창 동계올림픽 시험대에 앉았다.

‘코리아 패싱’, ‘한반도 운전자론’, ‘평창 평화 올림픽’ 심지어 ‘평양 올림픽’까지, 모두 한국에서 생성돼 정치쟁론이 되고 사회 이슈가 된 내용이다. 우리가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안보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불안한 한반도 정세의 평화적 해결’을 이유로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 앞에 ‘평화’라는 접두어를 붙였다고 본다.

새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란 주제로 북핵 문제로 경색된 동북아 국제관계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렇다고 새 정부가 국내정치 과제인 ‘적폐 청산’을 중단했다는 것은 아니다. 즉, '외유내란(外誘內亂)' 의 상황에서 국제정치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 환경 조성 및 촛불혁명에서 이어진 정치 과제인 ‘적폐 청산’을 진행하면서, 세계 스포츠 축제인 동계올림픽의 세계 평화 정신을 한반도 평화문제로 축소시켜 놓은 느낌이 든다.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환경을 만들 수 있는 국제정치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한 화합에 우선을 두다보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사들, 스포츠 정신을 발휘하려 준비하던 선수들, 그리고 스포츠 대전을 즐기려던 사람들에겐 야릇한 허전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평창 주민, 강원도 도민,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과 세계 시민이 함께 즐겨야 할 올림픽이 과도하게 한반도의 통합이라는 주제 아래 남북한 평화 행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북아 국제정치와 세계 스포츠행사가 융합된 '평창 평화 올림픽'을 보면 아래와 같은 점이 걱정된다.

첫째, 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올림픽 준비를 위해 고생한 정부와 민간 참여자들, 그리고 세계적 기록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각국의 선수들과 이 행사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자원봉사들의 마음이 잘 헤아려지지 않는 게 아쉽다.

올림픽을 준비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 그리고 동북아 국제정치 현안 해결을 위한 정치적 ‘한반도 운전자론’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올림픽의 목적과 주제, 국제사회의 관계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이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올림픽의 이상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에 있다.

그리고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강령은 평창 올림픽이 지양해야 할 방향을 말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에 참가하거나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과 세계 시민들의 인류와 세계 평화를 고려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 시각을 포함하되 세계 인간의 가치와 평화를 중심으로 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둘째, 한국의 올림픽은 한국 국민의 세금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국제행사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와 함께 스포츠 정신을 존중하며 국제평화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드러나야 하고,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이 올림픽을 잘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와 시민, 그리고 각 정파가 올림픽 기간 정쟁을 줄이고 올림픽이 한국인과 세계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축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부처, 언론기관,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일심해 스포츠 정신과 세계 평화정신을 드높여 세계에 드러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포용의 리더십과 배려로 모든 국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진영도 올림픽 기간 세계에 나타나는 한국의 위상이라는 의미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은 현 정부가 담당하지만 대한민국과 세계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번 올림픽이 한국 강원도 평창에서 치러지는 것은 국제적 경쟁을 통해 올림픽위윈회가 한국에 준 기회다. 우리가 행사를 치르지만 세계 시민의 축제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역사적으로 잘 된 올림픽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선수들을 포함해 이곳에 온 모든 선수들과 참가자들, 그리고 운영진들과 봉사자들이 서로 따듯한 마음으로 이어지도록 마음에 사랑과 평화의 훈풍이 불게해야 한다. 한국인은 평화를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넷째,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준비·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내용이 남북한 평화 환경 조성이라는 한 목적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창 올림픽도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국제 스포츠 행사라는 올림픽 기본이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세계 기록을 경신하고, 오는 외국 손님들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평화를 체험토록 해서 국민들이 세계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올림픽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올림픽의 주체가 평창, 한국, 한반도가 되어야 하지만 세계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입춘이 지나 봄이 다가오고 있다. 젊은이들이 진짜 훈훈한 봄을 느낄 수 있는 그들의 경제적 문제인 취업도 올림픽 경기와 한반도 평화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들이 앞으로 한국의 또 새로운 올림픽을 준비하고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 할 세대라는 걸 잊지 말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