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요양병원 화재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 생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재난·안전 연구개발(R&D)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그동안 과기정통부의 R&D와 재난안전본부가 각자도생 해왔다면, 앞으로는 화재 원인 규명과 해결 방안 모색에 있어 과학적 혁신 기술과 현장 노하우를 모으겠다는 데에 입을 맞췄다.
7일 과기정통부는 경기도 화성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연구자, 그리고 소방대원이 함께 과학기술을 통한 화재 예방·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영민 장관은 "과학기술로 화재 등 사고를 예방하고, 사후에는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상당부분 배정했다"면서 "지금까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분석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고, 화재 시 큰 피해 나지 않도록 막는 데에 과학기술이 굉장히 많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은 재난안전본부와 과기정통부가 처음 머리를 맞댄 자리여서, 의미를 더했다. 임정호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과장은 "지금은 과기정통부 따로, 소방 따로였다"면서 "소방방재청에서 정부와 융합·축적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오늘이 그 첫 자리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하우를 서로 전수해주고, 시스템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화재 사고들을 언급, 문제점과 해결 방안들을 제시하며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지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토론을 진행한 유 장관은 "제천, 밀양의 화재사고보다 세브란스의 화재가 피해가 적었던 것은 스프링쿨러와 방화벽의 역할 때문이었다"면서 "안전한 시설물 건축에 있어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밝혔다.
건기연은 최근 화재사고는 가연성 외벽이 불길을 위로 올려 전층으로 번져, 피해를 더욱 키웠다고 봤다. 실제로 높이 8m의 건축물 외벽 화재 확산 실규모 시험에서는 화재 발생 8분 만에 온도가 600도까지 치솟으며 현장을 검은 연기로 뒤덮었다. 더불어 건물 내 방화 셔터의 필요성을 강조, 화재안전연구소 내 최대 1000도의 불길을 견디는 방화유리 셔터를 실험했다.
이태원 건기연 화재안전연구소장은 "화재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과학기술은 건물 내 사람들에게 화재가 난 위치나 대피 방향 등을 알리고, 건물 내 화재설비를 인공지능 등으로 작동시키며, 소방대원이 얻을 수 있는 건물 내 정보를 증강현실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