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지난 주말에 이어 5일(이하 현지시간)에도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아시아 증시 역시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의 불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엔화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특히 일본 증시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 일본 주식시장 급락폭 가장 커··· 관방장관 "환율 상황 주시할 것"
6일 아시아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미국 증시 급락 충격의 영향으로 인해 급락했다. 특히 일본 닛케이 지수는 한때 6%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 코스피 지수를 비롯해 홍콩 항셍지수, 호주 S&P/ASX200지수, 대만 가권지수 모두 하락했으며,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와 선전 종합지수 역시 2~3%대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6일 아시아 증시 중 일본의 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 역시 엔고 지속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2일 미국이 발표한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의 장기 금리가 급등했다. 이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후 뉴욕증시의 급락은 환율을 움직일 수 있는 또 다른 변수가 됐다.
일본 엔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면서, 국제시장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질 경우 가격이 오른다. 미국의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경우 달러당 111엔대 중반의 엔화 약세가 진행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지난해 환율 급등 당시 최고치인 달러당 107.32엔 수준까지 엔화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즈호 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가라카마 다이스케는 지난 5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엔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 주가 동향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자산 효과가 사라지면서 실물경제에도 영향를 미치고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엔화로 자금이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6일 국무회의 후 기자 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의 주가 급락에 대해 "정부는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성장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환율 동향에 대해서는 "환율 안정은 매우 중요하며,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달러도 상대적 안정세··· 아시아 신흥국 통화 하락
엔을 제외하고 달러는 외환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비교적 안정적 자산인 달러로도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는 미국 국채의 금리 하락을 부추기면서, 엔에 대한 달러의 하락이 가속화했다고 싱가포르 은행 외환전략가인 심 모시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앞으로 달러당 엔은 107엔에서 108엔 사이에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 만약에 매도가 가속화될 경우 104엔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89.610을 기록하면서 지난 금요일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한 가운데 다소 상승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통화들이 급락하면서 달러는 다소 상승했다.
최근 달러는 미국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의 통화 긴축 움직임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호조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서 증시가 급락하자 달러는 올랐다.
증시의 급락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상승했던 유로를 팔아 손실을 면하려고 하는 것도 달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즈호 증권의 수석외환전략가인 야마모토 마사후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의 급등으로 인해 시작된 시장의 급락으로 손실이 커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그동안 상승했던 유로를 팔아 손실을 줄이고자 했으며, 이로 인해 달러의 가격이 지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고용시장 호조로 미국 금리인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영국 파운드를 비롯해 호주 달러 등 엔을 제외한 많은 통화들이 달러 대비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