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353일 만에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
대외활동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에 있어 극도로 위축됐던 삼성그룹도 한숨 돌리게 됐다.
법원은 5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징역 5년을 선고한 작년 8월 25일의 1심보다 대폭 감형된 형량이다.
이번 판결로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전략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제3 창업’ 선언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정부분 활동제약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대내외적인 활동을 재개하면서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중단됐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위한 행보에도 속도를 내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지난해 초 이후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2016년 말까지 하만을 비롯한 크고 작은 M&A와 투자를 진행하며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원로 경영진은 대거 교체됐다. 경영진은 오너 부재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해 왔고 각자 도생 체제에 놓이게 된 계열사들의 자본시장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내달로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이 부회장이 ‘제3 창업’을 선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건희 회장도 1988년 3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창업’을 선언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삼성이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창업정신을 기리고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 신뢰 회복, 지배구조 개편 등 숙제
이 부회장의 빠른 경영 복귀로 그동안 추락했던 삼성의 브랜드 신뢰를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국정 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로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최근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018’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애플은 11년 연속 1위 기업에 선정됐다.
포천은 29개국 6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존경받는 기업 50곳을 발표한다. 삼성은 2009년 50위권에 진입한 후 2014년에는 2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이미 1년 동안 ‘국정농단’ 재판을 받으면서 삼성의 신뢰도는 떨어졌다”며 “글로벌 기업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할 숙제다.
이날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57개 가운데 지난해 6월 4대그룹 정책간담회가 열린 이후 지난달 말까지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추진한 곳은 10개 집단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5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SK·LG·롯데 등 4개 집단은 발표했지만 삼성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만큼 예전만큼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각 계열사들의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