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극장가 최대 대목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설) 연휴다. 그런만큼 춘제에 맞춰 줄줄이 개봉하는 대작들의 박스오피스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최근 영화시장이 점차 활기를 띠면서 올해는 더더욱 그렇다. 춘제 연휴 당일인 16일에만 최소 10편의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역대 가장 뜨거운 춘제 극장가'라고 표현했다.
◇ 저우싱츠는 없지만···
2008년 춘제 때 개봉한 영화 '장강7호'는 박스오피스 수입 7225만 위안(약 125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3년과 2015년 춘제 연휴에 개봉한 '서유항마편(西遊降魔篇)'과 '미인어(美人魚)'도 흥행수입이 각각 5억3000만 위안, 33억9000만 위안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저우가 비록 직접 메가폰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대신 각본과 제작을 맡은 영화 '서유복요편(西游伏妖篇)'이 인기몰이했다.
다만 올해 춘제 극장가에서는 저우싱츠의 그림자는 볼 수 없다. 그래도 저우싱츠 없는 중국 춘제 극장가가 심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코믹, 환타지, 탐정물, 블록버스터 대작까지, 최소 10편의 중국 영화가 춘제 당일에만 개봉하기 때문이다.
◇ 춘제 극장가 점령할 중국영화 4대천황
올해 춘제 당일인 16일 개봉하는 대표 영화 4편으로는 '착요기2(捉妖記2·몬스터헌터2)', '당인가탐안2(唐人街探案2·탐정당인2)', '서유기지여아국(西遊記之女兒國·몽키킹3)', '홍해행동(紅海行動·오퍼레이션레드씨)'을 꼽을 수 있다.
쉬청이(許誠毅) 감독의 착요기2는 1편의 주인공 징보란(井柏然)과 바이바이허(白百何) 이외에 량차오웨이(梁朝偉), 리위춘(李宇春) 등 거물급 스타가 새롭게 가세하며 또 한번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갱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5년 개봉한 착요기는 개봉 두달만에 24억3800만 위안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며 당시 '분노의 질주', '트랜스포머', '어벤저스', '아바타' 등 할리우드 대작이 세운 흥행 기록을 깨고 당당히 중국 역대 영화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편에서는 요괴왕자 후바(胡吧)와 작별한 톈인(天蔭,징보란 역)과 샤오란(小嵐, 바이바이허 역)이 함께 아버지를 찾는 여정 중 인간과 요괴 세상에서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착요기의 명성에 맞설 영화는 정바오루이(鄭保瑞) 감독의 서유기지여아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몽키킹’이라 불리는 서유기 시리즈물의 제3편이다.
2014년 1월 춘제 때 개봉한 1편 '서유기지대요천궁(西游記之大鬧天宮, 몽키킹: 손오공의탄생), 2016년 2월 춘제 때 개봉한 2편 '서유기지손오공삼타백골정(西游記之孫悟空三打白骨精, 몽키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은 모두 흥행수입 10억 위안을 돌파했다.
서유기지여인국은 궈푸청(郭富城), 궁리(巩俐), 자오리잉(趙麗穎), 샤오선양(小沈陽), 린즈링(林志玲) 등 스타급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3D 대작 블록버스터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서역으로 경전을 찾으러 가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3편에서도 이어진다.
왕바오창(王寶强)과 류하오란(劉昊然)이 출연하는 코믹 액션 탐정물 당인가탐안2는 주인공 탕런(왕바오창역)과 친펑(류하오란역)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명탐정대회에 참가해 차이나타운의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명탐정 콤비의 이야기다. 전편에서 호흡을 맞춘 두 배우의 콤비가 또 한번 기대를 모은다.
◇'제2의 전랑' 탄생할까
전쟁 블록버스터 대작 홍해행동은 지난 2015년 3월 예멘 내전 당시 중국교민 철수 사건을 실제 배경으로 그린 영화다. 중국 해군부대 소속 돌격대 대원 8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교민 철수를 위해 작전을 펼치는 긴박한 스토리다. 지난해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전랑(戰狼)2'를 연상케하는 스토리의 홍해행동이 '제2의 전랑'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영화계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최고 코믹배우 궈더강(郭德綱)이 감독으로 변신해 만든 처녀작 환타지 코믹영화 '조종십구대(祖宗十九代)'에는 징보란, 린즈링, 장궈리(張國立), 리천(李晨) 등 33명의 중화권 스타들이 총출동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실의에 빠진 한 청년 작가가 시간여행에서 역대 조상들을 차례로 만나 겪는 모험담을 코믹하게 그려 가족영화로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2일 화서도서보에 따르면 16일 상영관 점유율로 따져보면 착요기2가 38.7%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당인가탐안2(26.5%), 서유기지여인국(19.1%), 홍해행동(9.4%)가 잇고 있다. 2일까지 예매 현황을 살펴보면 '착요기2'를 5000만명 이상이 예매했으며, 당인가탐안2와 서유기지여인국의 티켓 예매량도 3000만장을 돌파했다.
◇ 10년새 1억에서 33억 위안까지···춘제 영화소비 폭발
사실 중국 영화시장이 활기를 띤 것은 최근 몇 년전부터다. 10년 전인 2008년 춘제 때만 해도 박스오피스 수입은 고작 1억 위안 남짓에 그쳤다. 영화 관람객 수도 434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춘제 박스오피스는 3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영화 관람객 수는 9000만명에 육박했다. 올해는 이 기록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계는 올해 춘제 박스오피스가 지난해 기록한 33억 위안을 거뜬히 돌파한 35억~45억 위안(약 77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차오강(曹罡) 상하이롄허영화체인 마케팅부 총감은 "지난해 같은기간 중국 전체 스크린 수는 4만5000개였는데 올해는 5만2000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춘제 연휴 흥행수입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은 559억1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3.45% 늘었다. 올 한해는 전년보다 10% 가량 늘어나 6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