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평창과 강남

2018-02-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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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는 운전대를 잡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는가

 


뭐든 해야하는 데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북핵과 강남 집값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속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의 운전대를 잡으려고 한다. 허상이다. 평창의 한파 속에서 운전대를 잡으려면 일단 목적지로 향하는 명확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둘째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기꺼이 동승해야 하며, 목적지가 다른 사람까지 방향을 틀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운전 도중 험로를 만났을 때 헤치고 갈 수 있는 사륜구동이어야 한다. 자칫 길을 잘 못 들었을 때 로드맵 상의 길을 다시 찾아 갈 수 있게 연료가 충분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위의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단 평화적 해결의 목표에 걸맞는 분명한 로드맵이 없다. 목적지가 같은 트럼프 정부조차 동승을 마뜩찮게 여긴다. 목적지가 다른 북한 김정은의 방향을 틀게 할 당근과 채찍을 손에 쥐고 있지 않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어렵게 만든 대화 분위기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 평화적 대화를 되뇌이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도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북핵 문제의 운전대는 김정은이 쥐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조수석에 앉아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뒷자리에 않은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사안을 정확히 본 결과가 아니다.

위의 기준에서 볼 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시종일관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김정은은 트럼프호에 언제 타는 게 실익도 크고 모양새도 좋을 지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창은 김정은 입장에선 트럼프호의 동승 발판이고, 트럼프의 속내로 보면 김정은을 향한 호객의 장일 뿐이다. 우리가 운전대를 쥐었다면 평창에서 평화를 외치는 동안 김정은이 사상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전략적 인내심의 한계를 언급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정부는 강남 집값 문제를 놓고도 운전대를 잡으려고 한다. 북핵 문제와 마찬가지로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서민주거안정이란 목표가 있지만 다다를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 대출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했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제도를 부활시켰다. 가구당 최대 8억400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며 환수 시기가 도래하지도 않은 단지들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로 엄포를 놓았다. 분양가 상한제와 후분양제도 꺼내들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앞세워 사실상 분양가를 임의로 통제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머니에 아직도 강력한 대책이 많다고 호언장담했던 카드들을 강박적으로 시장에 밀어낼 뿐이다. 

규제를 지지하는 다수의 서민들은 정부가 운전대를 잡은 차에 기꺼이 동승하려 하지만 차가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주택자와 일주택 부자들이 동승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사적 이익 추구란 인간의 본성을 사회적 시스템으로 누를 수 없다는 것은 칼 막스가 역사에서 이미 입증하지 않았나. 수요가 급증해 치솟은 균형가격이 공급이 아니라 수요억제로 짓눌린 건 착시다. 언제든 다시 튀어 오른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문제를  다음 정부로 전가시킬 뿐이다. 강남 얘기다. 

북핵과 집값 문제 공히 문재인 정부의 운전대론은 결국 현실이 아니라 당위다. 북핵 문제 해결은 우리의 당면 과제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역사 인식이다. 서민주거안정은 문재인정부의 존립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북핵 문제의 운전대론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순수한 애민정신의 발로이든 현실적인 대안 부재의 결과든 모두 애틋하다. 하지만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서민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일을 하려는 것은 정부가 곧 나랏님이라는 구시대적 강박이자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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