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대형 보험사가 대부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상품만 취급하는 보험사가 장기간 생존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금융업 진입규제를 개편해 특화보험사 설립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애완동물(펫)보험'을 꼽으며 "일본처럼 특화보험사가 나올 수 있도록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가제 개선 불구 '진입장벽' 여전
이같은 진입규제 개편은 최근 3년 동안 계속됐던 정책의 일환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보험산업 경쟁촉진을 위해 인가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전까지 생명·화재·연금·자동차·상해·질병·책임보험 등으로 구분된 인가제도를 종목별에서 상품별로 개선한 것이다. 당시 시그나그룹(국내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이 국내 여행자보험 상품 출시를 타진하면서 촉발된 변화다.
그러나 최근 특정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특화보험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2010년 IBK연금보험 설립 이후 7년 니상 전문·특화보험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2015년 시장 진입 의사를 타진했던 시그나그룹 역시 얼마 후 이를 포기했다.
전문·특화보험사에 대한 진입장벽이 아직 낮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금융위가 신경 써서 개선했다는 인가제도부터 문제다. 시그나그룹처럼 여행자보험을 취급하는 전문·특화보험사를 설립하려면 생해·책임보험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의 최소자본금이 요구된다.
이는 주요 선진국 진입 규제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뉴욕 주)의 설립요건을 보면 생보사는 자본금 200만달러(한화 약 21억원), 손보사는 1160만달러(약 125억원) 수준이다. 독일과 일본도 각각 300만유로(약 40억원)와 10억엔(약 100억원) 정도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최소자본금을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시키기보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고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일부 상품 국한된 수익성 문제도 발목
자본금 등 각종 규제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진입장벽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부 상품에 국한되는 전문·특화보험사 특유의 수익성 한계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IBK연금보험과 함께 국내에서 유이한 전문·특화보험사인 DAS법률비용보험은 지난 2015년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법률보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 부족으로 영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또 2007년에는 유럽 최대 건강보험전문회사인 DKV가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예비인가를 획득했으나 본인가 전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한 일도 있었다.
2000년 초반 자동차보험의 혁신을 이끌었던 차보험 전업사도 최근 사라지는 추세다.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는 실적 악화 끝에 모회사인 현대해상에 합병됐으며, 악사손보·더케이손보 역시 종합손보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문보험사로 출발했어도 최근에 와서는 종합보험사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국내 보험업황을 감안하면 특정 보험 상품만 판매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