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1위 삼성의 운명을 가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선고 날이 밝았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지 약 1년, 같은 해 8월 25일 1심 선고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세기의 재판’으로 일컬어져 온 이번 재판의 결과에 따라 삼성의 앞날이 달라질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1심 선고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2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심 결심공판에서 1심의 5년형이 가볍다며 징역 12년형을 다시 한번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의 인정 여부에 따라 유·무죄를 판가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의 포괄적 경영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1심 재판부는 뇌물 제공,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 등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에서 공소장을 세 차례 변경한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선고 형량을 높이기 위해 뇌물죄 혐의에 대해 예비적인 법리를 추가하는 등 1심을 포함해 총 네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무리한 기소 후 이야기를 짜맞춰 나간다는 비난을 제기하기도 했다.
추가 독대, 이른바 '0차 독대'의 인정 여부도 눈여겨볼 점이다. 특검팀은 안봉근 전 비서관과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 등을 토대로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면담한 사실이 없다. 제가 그걸 기억 못 하면 치매"라고 법정에서 진술하는 등 전면 부인했다.
2심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던 특검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판 결과에 대해서 상반된 예측을 하고 있다. 특검팀은 자신들의 주장처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까지 재판부가 인정해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승계 현안'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최소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 측은 실형과 집행유예, 무죄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는 무죄 혹은 최소한 집행유예로 이 부회장이 풀려나 그룹을 다시 정상화해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지만, 혹시 있을 구속 기간 연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풀려나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의 활력이 되길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최준선 한국기업연구소 이사장은 “이 부회장의 재판을 놓고 정치권과 재계, 일반 시민들까지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며 “재판 결과를 두고 사회가 다시 갈라지지 않도록 정치적·사회적 고려 없이 법리에 따른 판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임원들에 대해서도 선고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겐 각각 징역 4년, 박상진 전 사장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