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가 사기에 이용될 수 있다며 관련 광고를 전면 금지한 영향이 컸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어라이즈뱅크(AriseBank)’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내린 것도 시세에 악영향을 줬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1일 오후 3시 5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대비 8.52% 하락한 1코인당 1만151달러에 거래중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1만 달러는 회복했지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가상화폐 사기수단 변질
가상화폐가 사기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EC는 30일(현지시간) 어라이즈뱅크가 가상화폐공개(ICO)로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6억 달러를 동결했다. 또 추가 ICO를 금지하는 조치도 내렸다. 지난해 진행한 ICO가 SEC에 등록 없이 이뤄졌고, 비자카드와 제휴를 맺었다는 허위 사실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이 문제가 됐다. ICO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SEC의 이같은 조치에 페이스북도 발빠른 응대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상품관리담당자 명의로 공개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내용은 오도될 소지가 있거나 기만적인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가상화폐 광고가 사기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광고 금지 규정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에도 적용된다.
한국도 가상화폐 사기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필리핀에서 가상화폐 온라인 거래소를 차린 후 ‘헷지 비트코인’이라는 가짜 가상화폐를 만들어 155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마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 범죄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 신고건수는 2013년 83건에서 지난해 712건으로 최근 5년 사이에 약 9배가 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에서의 비트코인 관련 범죄가 2016년 320건에서 지난해 999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들의 1인당 평균 피해 금액은 1만3500파운드(원화 2000만원)이 넘는다.
◆가상화폐 규제 목소리 더 커져
상황이 이렇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가상화폐 규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가상화폐가 범죄자들에게 이용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규제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내 가장 큰 관심은 가상화폐”라며 “어떤 가상화폐도 불법적 활동에 사용되면 안되며 미국이 은행처럼 이를 규제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쏟아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해 “화폐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우려된다”면서 “비트코인은 이기적인 통화”라고 밝혔다. 세실리아 싱슬레위 스웨덴 릭스방크 부총재도 “가상화폐는 불확실해서 돈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조지 소로스도 “가상화폐는 전형적인 거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 회복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바닥에 머문 만큼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잇따른 규제로 훼손된 투자심리가 회복 불능상태까지 간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미 고점에 있던 가상화폐 가격이 이제 1층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잇따른 규제를 내놓고 있고 이미 빠질만한 투자자들은 빠진 것으로 봐야한다”며 “시장이 급등할만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춤한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규제강화 움직임으로 투자자들의 이탈이 크다”면서 “일 거래대금은 12월 고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