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첫날이지만 생각만큼 투자자들이 몰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고객 수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작된 3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광화문점은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특별히 실명확인 요청을 위해 은행을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확인 서비스가 시작된 이날 금융권과 가상화폐 시장에서 우려했던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명제 도입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투자자들이 사전에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놓았고, 신규 투자 불허로 기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실명제 전환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으로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려면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같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업비트는 기업은행, 빗썸은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애초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수백만명에 달하는 만큼 실명제 도입에 따른 신규 계좌 개설 요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명제 전환 대상이 되는 가상계좌 수를 보면 기업은행이 57만개, 농협은행이 100만개, 신한은행은 14만개다.
하지만 실명제 도입 첫날 은행 창구는 평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규 투자가 허용되지 않은 점도 은행 창구의 한산한 분위기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가상계좌 신규 발급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은행들은 신규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단 기존 계좌의 실명제 전환을 먼저 하고서 신규 발급은 추후 다시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피해접수 업무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2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금소연은 지난 22일 가상화폐거래 피해 소비자신고센터를 개설하고 피해접수를 시작했다.
금소연 측은 피해상담을 하더라도 신고까지 하는 비율이 다른 금융권역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피해신고를 접수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실명을 공개해야 하나 이를 기피하는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자 유형을 보면 가상화폐 시세를 잘 모르고 투자했다 손해를 본 경우와 거래소의 서버다운·폐쇄 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손실 금액은 한 건에 수천만원 규모까지 거론되는 등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연은 접수된 피해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거래소나 정부부처와 협의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조정이 어려울 경우 소송 등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소연 관계자는 "피해자 본인의 사례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가장 많이 오고 있다"며 "전화 외에도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접수되는 피해사례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