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부는 변화의 바람…원유 의존 줄이고 여성 노동력 확보 박차

2018-01-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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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는 1970년대부터 '탈석유' 중동 경제 변화 선두주자

사우디 운전 등 제한 풀며 경제개발에 여성 인력 확보 노력

지난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여성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전날 홍해변 도시 제다의 킹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경기 관람이 여성들에게 사상 처음 허용된 데 이어 이날 경기도 여성들에게 활짝 개방됐다. [EPA·연합뉴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동은 '석유'를 중심으로 경제가 작동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원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유 중심의 경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탈석유 경제를 이끌어온 두바이를 비롯해 최근 2030 비전을 내세운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새로운 경제 구조 구축을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변화를 꾀했던 두바이···중동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석유 중심 경제를 넘어서서 다변화를 꾀했던 선두주자는 바로 두바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연합국가 중 하나인 두바이는 1970년대부터 경제의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블룸버그는 "중동 변화의 선두에 선 것은 두바이이며, 경제 개혁을 위한 노력으로 인해 두바이는 다른 국가들을 뛰어넘는 경제적 성과를 보이면서, 중동 세계화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브르즈 칼리파와 세계에서 9번째로 큰 항구인 제벨 알리를 가지고 있다. 두바이는 끈질긴 인프라 개발로 금융, 기술, 부동산, 해운, 심지어 화훼 분야의 중심로 부상했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한때 원유생산이 두바이 경제의 50%를 차지했지만, 이제 그 비중은 이제 1%에 채 미치치 못한다.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뛰어올랐을 당시 두바이는 경제 개혁에 속도를 냈으며, 2016년 유가가 26달러까지 곤두박질치는 속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졌던 2009년 부채위기에도 불구하고, 빌딩 건설은 지속됐다"면서 "신용경색과 이어진 성장부진은 오히려 두바이가 석유 중심의 경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앞선 2016년 두바이의 에너지 관리들은 향후 에미리트의 에너지 수요의 25%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 부통령 겸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은 두바이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50년까지 44%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친환경 경제를 만드는 전략에는 인프라의 확대도 꼽힌다. 2014년 석유의 가격이 50% 정도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등의 주제에 맞춘 건설은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을 봐도 상황은 다르다. 걸프만 지역 국가 중에서 두바이는 유일하게 원유의 가격과 주가가 연동하지 않는 곳이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 연속 원유가격이 상승행진을 이어가던 당시 원유가격과 부동산 회사 주가의 연동성은 0.7에서 0.3으로 낮아졌다. 0.7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도지만, 0.3은 관계없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유가가 2배 가까이 올랐을 때 두바이 주식시장의 주가는 14% 상승했지만, 부동산 회사들의 상승은 무려 48%에 달했다. 2013년 유가가 37% 하락할 당시 두바이의 주가는 무려 155% 올랐다. 특히 부동산 회사들이 상승을 이끌었으며, 이들의 주가상승률은 무려 135%에 달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정치·경제·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여 종합적인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할 목적으로 1981년 5월 설립한 지역협력체인 걸프협력회의 6개 국가 중 두바이는 성장률 전망이 가장 밝은 나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서 올해와 2019년 두바이의 경제 성장률은 3% 이상으로 조사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동 변화의 중심에 선 사우디···여성 노동력 확보, IT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

지난 24일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사우디의 '변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WEF에서 열린 중동문제와 관련한 소토론회에 참석해 "과거 많은 이들이 사우디의 변화가 느리다고 평가했지만, 이제 세계는 빠르고 과감히 변화하는 사우디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정상적이고 강한 나라로 성장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또 "사우디는 인구의 절반만으로는 전진할 수 없고, 모든 국민이 사우디의 중장기 경제·사회 계획인 '비전 2030'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여성의 사회 활동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임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지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여성들에게 금지됐던 운전, 경기장 출입 등이 허용됐다. 이른바 'MBS'로도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2030년까지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 중 하나로 여성 노동인력 확대를 꼽고 있다.

사우디 미국 대사인 칼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 운전을 허용하면서 "이번 조치는 비전 2030이라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가는 거대한 한 걸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들의 노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여성들이 일터까지 운전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우디를 위해) 여성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그동안 여성 인권 최하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사우디의 변화 움직임은 거세다. 2015년에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여성이 남편이나 아버지 등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목록을 작성하라는 칙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여성 운전 허용, 상업 영화관 재개, 여성의 운동경기장 입장, 관광비자 발급 등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하지만, 사우디로서는 파격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정보기술(IT) 강국 도약을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세계 IT 기업에 45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는 사우디는 이제 외국기업의 국내진출 장벽을 낮추면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독려하고 나섰다고 CNN 등 외신이 지적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말 외국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세울 수 있도록 인·허가 장벽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노력으로 비석유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가산 알 술레이만 사우디 중소기업청장은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새로 생기는 기업들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인 유니콘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은 이곳의 애플, 아마존, 구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IT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도 사우디의 IT 투자 열풍에 동참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가 개혁 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금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인 150억 달러 정도는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5000억 달러를 투자해 서울의 44배 크기의 신도시 네옴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사우디는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IT 관련 투자펀드인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49조7000억원)를 출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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