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와 관련해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 내용을 두고 "오해받을 만한 일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24일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발표하며 지난 22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에 대해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로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된 여러 문건 중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 재판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행정처가 연락을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판결 후에는 행정처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이라고 문건에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언급은 실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어느 정도의 의사연락을 취했는지는 따지지 않더라도 오해받을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같은 김 원장의 언급은 전날 대법관들의 입장 발표 내용과는 대비되는 측면도 있다.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고영한 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은 전날 긴급간담회를 연 뒤 "외부기관(청와대)이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대법관들은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원세훈 재판 관련 문건을 다룬 보도 내용을 지목하면서,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김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판 관여 의혹이 사실과 거리가 멀더라도 그런 문건이 나왔다는 자체가 비난 소지가 크다는 쪽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대법원 측은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초점을 달리 두는 것은 이미 충분한 논의 끝에 나온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날은 원 전 원장의 재판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놓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법관들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알렸다면, 이날 김 대법원장은 사태 수습에 방점을 둔 것이어서 서로 강조하는 측면이 다른 것이지 인식 차이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각각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한 것"이라며 "재판 관련 사안은 대법관들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사법행정에 관한 부분은 김 대법원장이 대책과 계획을 알리기로 한 뒤 발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