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 해석 따라 유·무죄 판가름

2018-01-24 08:21
  • 글자크기 설정

유죄입증 직접증거 제시 못하고 특검 반하는 주장 잇따라

특검 공소사실 네 차례 변경... "무리한 기소후 이야기 짜 맞춘 것 아니냐" 비난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 선고가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심과는 다른 법원의 판결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심 결심공판에서 1심의 5년형이 가볍다며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특검이 유죄를 입증할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특검의 주장에 반하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묵시적 청탁, 0차 독대 등 여전히 쟁점
2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다음달 5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2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의 해석에 따라 유·무죄를 판가름할 것으로 관측된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포괄적 경영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한 바 있다.

특검은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명시적 청탁도 실존했다고 주장하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기존에 알려진 3차례 독대 외에 이른바 '0차 독대'가 있었다고 새롭게 주장했다. 특검은 0차 독대에서 삼성 측이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약속받았다고 봤다.

이에 삼성 측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뒤를 잇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하는 데 있어 대통령에게 청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0차 독대는 없었으며, 설령 독대가 한 차례 더 있었다 할지라도 어떤 내용의 청탁이 오갔는지 입증된 부분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증언에 나서 삼성 측과 같은 맥락의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도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씨는 자신의 딸인 정유라씨가 삼성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지원은 정씨 단독지원도 아니었고, 자신이 설립한 코어스포츠와 삼성 사이의 용역계약 등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씨는 삼성이 제공한 마필의 소유권 역시 삼성에 있다고 진술했다.

◆차고 넘친다던 증거, 세 차례나 바뀐 공소장
특검이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세 차례 변경한 점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특검은 선고 형량을 높이기 위해 뇌물죄 혐의에 대해 예비적인 법리를 추가하는 등 1심을 포함해 총 네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다. 특히 마지막 공소장 변경 신청서는 결심을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 재판부에 제출됐다.

공소장 변경의 주 내용은 1심에서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삼성의 승마 지원에 대해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한다는 것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횟수가 '세 번'이 아닌 '네 번'이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삼성 변호인단은 '백지 공소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공소사실을 4차례나 변경한 것은 무리한 기소 후 이야기를 짜맞춰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국민적 관심사이다 보니 특검이 판결에 임박해 공소장을 제출하는 등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하지만 독대한 사실만으로 상황논리·정황증거를 내세워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증거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1심에서 제기된 증거만으로는 유죄가 나오기 힘들지 않겠냐고 생각했지만 결국 5년형이 나오면서 '정치 재판'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항소심에서는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기업의 입장도 반영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